매일 묵상

2016년 평신도 주일 강론 자료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6. 11. 13. 07:52

2016년 평신도 주일 강론 자료

 

 

자비의 실천으로

인내하며 생명을 얻읍시다

(루카 21,19 참조)

 

찬미예수님!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본당 사목평의회 입니다.)

 

교우 여러분, 오늘은 제49회 평신도 주일입니다. 해마다 연중 마지막 전 주일에 지내는 평신도 주일은 특별히 우리 평신도들에게 고유한 소명과 사명을 되새기며 그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도록 격려하고 기도하는 날입니다.

 

1. 오늘 미사의 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고 거듭 지시했음을 상기시킵니다. 테살로니카 신자들 가운데는 무질서하게 살아가면서 일은 하지 않고 남의 일에 참견만 하는 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다시 지시하고 권고합니다. “묵묵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벌어먹도록 하십시오”(2테살 3,12).

그런데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이 2000년 전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만 해당하겠습니까? 오늘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게 적용되는 말씀은 아닌지요?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자기 몫만 챙기려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없는지요? 그런 사람들은 또한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해서 불화와 마찰을 일으키고, 뒷담화로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가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되새깁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남의 일에 참견하는 잘못된 습관을 끊어버려야 하겠습니다.

 

2. 하느님의 백성인 평신도들은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고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복음, 곧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할 책임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참으로 사랑이심을 널리 알리고, 우리의 말과 행동으로 그 증인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 신자들의 사명입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평신도들은 세속 안에서, 곧 각각의 세상 직무와 일 가운데서……일상의 가정생활과 사회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거기에서 하느님께 부르심을 받아, 자기의 고유한 임무를 수행하며 복음 정신을 실천하고 누룩처럼 내부로부터 세상의 성화에 이바지하며, 또 그렇게 하여 무엇보다도 자기 삶의 증거로써 믿음과 바람과 사랑으로 빛을 밝혀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2차 바티칸 공의회가 평신도에게 고유한 삶의 자리가 세속임을 강조하고 있듯이 우리 평신도들은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일원으로서 교회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교회의 성장과 발전에 협력하고 봉사하면서, 세상의 삶 속에서 평신도 사도직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세상은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자리일 뿐 이니라 우리가 하느님의 뜻에 맞갖게 가꾸고 변화시켜야 할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3.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는 지난해부터 답게 살겠습니다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운동은 우리 천주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7대 종단 평신도들이 종파를 초월해 저마다의 삶의 자리에서 생각과 말과 행동을 바로 하자는 취지로 범국민적 운동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답게 살겠습니다운동은 우리가 모두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고 빛의 자녀답게”(에페 5,8) 아버지께로부터 받은 소명과 사명에 합당하게 살아가려는 의식 계몽 운동이자 실천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습니다. 가정에서는 부부답게, 부모답게, 자녀답게 서로 믿고 이해하고 용서하며 살고, 교회에서는 신앙인답게 친교와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살며, 일터에서는 저마다 맡은 직무를 정직하고 성실히 수행해 나가는 가운데 사회의 누룩과 소금이 되고 주변을 밝히는 빛이 되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4. 교우 여러분, 우리는 올해 병인 순교 150주년과 자비의 특별 희년을 함께 지냈습니다. 자비의 특별희년을 제정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2014년 방한 때 평신도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 신앙의 풍요로움은 사회적 신분이나 문화를 가리지 않고 우리 형제자매들과 이루는 구체적인 연대로 드러난다.”고 하시면서 자선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니 인간 증진에 더 노력해 달라고 권고하셨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병인 순교 150주년과 자비의 특별 희년을 잘 살아온 우리는 앞으로도 항구하게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전하고 자비를 실천하는 사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변방으로나아가, 나날의 삶 속에서 그리스도인 답게살아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파하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신앙선조들의 순교 정신을 면면이 이어가는 길이고, 이 땅에 복음화의 꽃을 피우는 길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이렇게 격려하십니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루카 21,19). 아멘.

 

20161113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