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예화, 인용

어린왕자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4. 7. 5. 13:02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삶의 잠언서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는 두려움을 떨치는 모험에의 열정, 고난을 이겨나가는 진정한 용기, 그리고 남성세계의 우정을 명상적인 어조로 들려주는 여러 소설로써 널리 알려져 있다. 비행기 조종사로 젊음을 불태우다가 애기(愛機)와 함께 산화해 간 그를 행동주의 작가 범주에 묶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의 작품들은 움직임의 찰나에서 오는 긴장감과, 그와는 속성이 전혀 다른 고요한 사색이 젊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읽는 이는 삶의 잠언서를 읽는 듯한 교훈을 얻게 될 줄로 믿는다.

그는 실종(사망)되기 한 해 전에 뜻밖에도 (어린 왕자)라는 장편동화 한 편을 내놓았다. 동화라면 어린이가 읽는 이야기를 말함인데. 이 책은 엄격히 말해서 어른이 읽는 동화이다. 별나라에서 온 어린 왕자의 말과 행동을 빌려 어른들의 멍청함, 잘못된 관행, 비뚤어진 삶의 태도를 반성케 한다. 신선한 시적 표현, 독자의 생각을 요구하는 메타포어(상징)로 묘사되어 있으므로 주의 깊게 읽으면 인생의 깊은 뜻을 되새겨볼 수 있겠다. 그러나 골치 아픈 주의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수채화를 보는 듯한 담담한 홍취는 맛볼 수 있으리라.

내레이터인 '나'는 단독비행 도중에 기관 고장으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하게 되었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수만리나 떨어진 곳이어서 속수무책 한탄하고 있을 때, 아주 작은 별에서 지구를 찾아왔다는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되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는 다른 별에서 이미 몇 사람의 어른을 만났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권위를 쫓던가 허영쟁이, 술고래, 숫자만 좋아하는 상인따위 여서 실망만 해왔던 터였다.

어린 왕자가 이 지구를 찾아오기까지 여러 혹성에서 만났던 어른들은 어떤 모습이었던가?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친구 이야기를 하면, 그분들은 제일중요한 것은 도무지 묻지 않는다.

그분들은 "그 친구의 목소리가 어떠하냐? 무슨 장난을 제일 좋아하느냐? 나비를 수집하느냐?" 하는 것이 그분들의 묻는 말이다."

우리가 성장해 오면서 어른들의 이런 질문에 얼마나 난처했고

질렸던가를 똑똑히 기억해낼 수 있다. 사람에게서 정서적인 것, 지금 열중하고 있는 행위, 그 자신의 고유성이 가장 중요한 것일텐데 때묻은 상식인들은 이런 건 염두에 두지 않고 그 자신과는 사실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만 묻는다. 이를테면, 아버지가 무얼하는 사람이며, 가족은 몇이며, 어떤 집안인가를 판에 박힌 듯 알려든다. 우리가 불가해하게 느껴 왔던 걸 어린 왕자가 지적해준다.

그런데, 어린 왕자는 자기의 작은 별에 연약한 장미 한 그루를 보살피다가 그냥 두고 왔기에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내 꽃 말이야..... 그건 내게 책임이 있어! 그 꽃은 몹시 약하고 순진해. 오죽잖은 가시 네 개를 가지고 외세에 대해서 제 몸을 보호하려고해." 게다가 '나'는 어린 왕자의 청에 따라 상자 속에 든 작은 양 한 마리를 종이에 그려 주었다. 깜박 잊고 가죽끈을 달아주는 걸 잊었는데, 제 별로 돌아간 어린 왕자의 양이 그 장미를 뜯어먹어 버리지 않을까 해서 이쪽이 조마조마하기에 이르렀다.

생텍쥐페리의 여러 작품들, 이를테면 (남방 우편기) (야간 비행) (인간의 대지) 등은 모두 별과 사막, 밤과 대기 속에 홀로 (혹은 동료와 둘) 있으면서 만상과 안건에게 고독이 왜 필요하며 그것이 얼마나 인성을 고매하게 드높이는가를, 진정한 용기와 우정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깊이 인식하는 눈을 보여준다. 때문에 그의 문체는 철학적 사유(思惟)와 명징한 에피그램을 감고 있다.

이 (어린 왕자) 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얼굴을 붉히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누가 수백만 개 수천만 개 별 중에 하나밖에 없는 꽃을 사랑 하고 있으면, 별들만 쳐다봐도 행복스러운 거야. 속으로 '저기 어디고 내 꽃이 있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거든. 그렇지만 양이 그 꽃을 먹어봐. 이건 그에게는 벌들이 모두 갑자기 빛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야! 그래 이게 중대한 일이 아니란 말이야?"

이 대목에 아름다운 동화의 핵심적인 주제가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어린 왕자가 자기의 별에 두고 온, 양이 먹어 치울까봐 조마조마해 하는 꽃은 어떤 꽃인가? 비록 보잘 것 없는 장미 한 포기에 불과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꽃은 자신이 손수 가꾸로 보살펴 온 생물이었던 것이다. 장미 화원에 풍성하게 키워지는 장미는 비록 탐스럽다 할지라도 소중할 수가 없다.

어린 왕자는 우연히 만난 여우에게 자기의 꽃을 이렇게 설명한다.'.... 물론 내 장미도 보통 행인은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 할 거다. 그렇지만 그 꽃하나만으로도 너희들은 모두 당하고도 남아. 그건 내가 물을 준 꽃이니까. 내가 고깔을 씌워주고 병풍으로 바람을 막아준 꽃이니까. ,내가 벌레를 잡아준 것이 (나비를 보게 하려고 두세 마리는 남겨 두었지만) 그 장미꽃이었으니까.'

'나' 는 어린 왕자가 꽃에 유리그릇을 씌워서 보호해 준다면 모든 별이 고요하게 웃을 것이고, 만일 양이 해치기라도 했을라치면 모든 별이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꽃은 아주 의미심장한 메타포어다. 작은 것의 가치, 순수함의 빛남, 각 개인의 이데아 어느 것일 수도 있다. 그 하나의 상실은 전 우주의 상실에 다름아니다. 작가는 이런 아름다운 동화를 통하여 현대의 물질만능, 권위주의, 영악스런 세태, 허풍--- 말하자면 어른들이 이루어 놓은 가치질서에 대해 심각한 의문의 화살을 던진 셈이다.

최근 외신이 전하는 바로는 프랑스의 50프랑짜리 새 지폐에는 생텍쥐페리의 초상과 그가 손수 그린 어린 왕자의 캐리커처가도 안되어 있다. 정부와 국민이 그를 얼마나 추모하는가를 엿보게 하는 국면이다.

생텍쥐페리 (Saint-Exupery ; 1900~44)

리옹 백작가문 출생의 프랑스 소설가.

평생을 비행사로 일하며 항공로를 개척한 이색적 직업의 작가이다. 비행기 항공사의 경험을 살려 쓴 여러 작품을 남겼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작가에 대한 동경이나 경의가 거의 종교적이라 할 만큼 작가 되기를 원했다. 1928년에 최초의 장편 (남방 우편기)를 발표하고 이어 (야간 비행)으로 페미나상을 수상했다. 그 다음에 (인간의 대지)를 내놓음으로써 현대의 가장 위대한 작가그굽의 일원이 되기에 이르렀다.

정찰비행중 상공에서 사라져버린 불가해한 실종사건과 사후에 발표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열렬히 애독되는 동화 (어린 왕자) 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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