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4일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루카8,19-21
제3대 제주교구장을 거쳐 지금은 원로 사목자로 지내는 김창렬 주교님은 예수님을 ‘형님’이라고 자주 부릅니다. 어느 잡지의 인터뷰에서 그 까닭을 밝힌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을 조금 다듬어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철이 나고 배울 걸 거의 다 배우고 섭렵했다 하더라도 하느님 앞에서는 늘 어린애라는 생각이지요. 저는 그냥 발가벗은 어린애처럼 거리낌 없이 예수님하고 함께 지내려고 해요. 그분께서는 마음이 아주 넓으시고 저를 위해 모든 걸 다 하시는 형님으로 느껴져요.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까지 드네요. ‘예수님께서는 저를 당신의 동생으로 삼으시고자 이 세상에 오셨지.’ 제가 죽은 뒤에도 하느님 아버지께 저를 데리고 가시어 ‘아버님, 이놈이 제 동생인데 아버님 아들로 좀 삼아 주십시오.’ 하실 것 같아요. 하느님 아버지께서도 저를 기다리고 계셨다가 ‘그래, 너 이놈아! 내가 아빠다. 그래, 아빠야. 넌 내 아들이라니까.’ 하시며 반기실 것 같고요.
성부 하느님과 저는 부자지간, 또 성자 예수님과 저는 형제지간, 이렇게 한 가족이 되는 겁니다. 그게 성령 안에서 이루어져요. 제 마음속에는 하느님의 가족이라는 생각이 늘 떠나지를 않아요. 이 세상에서는 그림자이지만 죽은 다음에는 완전한 가족이 되지요. 죽음을 잘 맞이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주교님의 이러한 말씀은 오늘 복음을 근거로 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당신 주위를 둘러싼 군중을 보시며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하고 이르십니다.
우리는 은연중에 예수님을 무서운 심판자로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우리의 형님이시고 오라버니이십니다. 동생이 불 속에서 헤매고 있다면 곧장 그 안에 뛰어드시어 꺼내 주시는, 그러한 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