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2일 연중 23주간 목요일
루카6,27-38
‘이야기의 첫머리’라는 뜻의 ‘화두’(話頭)라는 말은 불교 용어이기도 합니다. 참선 수행을 위한 실마리를 일컫는 ‘화두’란 수행자의 깨달음을 위한 물음입니다. 이를테면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는가?’, ‘너는 무엇인가?’ 같은 물음을 화두로 삼습니다. 이처럼 화두의 물음이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어서 오랜 수행 끝에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 그리스도교에도 화두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우리 자신을 넘어지게 만드는 사람들이 화두입니다. 상처를 주는 사람, 대하기가 참으로 불편한 사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사랑하라고 이르십니다. 오늘 복음에는 이러한 내용이 있습니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너희가 자기에게 잘해 주는 이들에게만 잘해 준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그러니 우리 자신을 넘어지게 하는 이들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화두인 것입니다.
화두는 깨달음을 위한 물음이고, 그에 답하려면 오랜 수행이 필요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하기 힘든 사람을 사랑하기까지는 줄기찬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곧 ‘사람’이란 화두를 풀어 나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고통이고 난관이지만, 그 고통과 난관을 통하여 우리는 더욱 인간다워지고, 하느님을 닮아 가게 됩니다.
그러니 원수를 사랑하기가 너무나 어렵다며 좌절하지 맙시다. 용서가 안 된다고 답답해하지 맙시다. 그렇게 우리가 어려워하고 답답해하는 과정 자체가 바로 참된 사랑의 깨달음에 이르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