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7일 연중 22주간 토요일
루카6,1-5
어느 수도원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웠습니다. 그런데 기도 시간마다 고양이 때문에 도무지 기도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연장자인 수도자가 평소에는 놓아기르던 고양이를 기도 시간만 되면 성당 옆 기둥에다 묶어 두었습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다가 그 노수도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럼에도 고양이는 기도 시간이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 묶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수도자들은 그 이유를 몰랐습니다.
얼마 뒤 그 고양이는 수명이 다하여 죽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젊은 수도자들은 다른 고양이를 구해다가 기도 시간만 되면 그 기둥에 묶어 놓았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며 수도자들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이러한 일은 계속되었습니다. 마침내 그 수도원의 한 박식한 수도자가 다음과 같은 제목의 신학 논문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기도 시간에 필요한 고양이의 필수적인 역할에 대한 신학적인 고찰.’
어떤 규정이 왜 생겼는지도 모른 채 그저 외적인 부분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잘 꼬집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배가 고파 안식일임에도 밀 이삭을 뜯어 먹습니다. 그런데 바리사이들은 이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 곧 추수 행위라는 노동을 하였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다윗과 그 일행도 배가 고팠을 때 사제가 아니면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먹었다는 사실을 들며, 율법 자체보다도 그 율법이 사람을 위한 것임을 밝히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지키는 모든 규정은 다 소중합니다. 그러나 그 규정이 왜 생겼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형식의 틀에 사로잡혀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는 로봇이 되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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