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복음 묵상

부부 일심동체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3. 9. 16. 21:52

2013년 8월 16일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19,6)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부부란 본디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으로 둘이 아니라 한 몸이기 때문에, 사람이 함부로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군 생활을 할 때 뜻하지 않게 ‘군기 교육대’에 간 적이 있습니다. 군인들의 복무 자세를 바로잡는다는 그곳에서 저는 얼차려(기합)를 받다가 난생처음으로 체력의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습니다.
그때에 저는 탈진 상태에 있으면서, 도저히 일어설 수 없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십자가의 길을 떠올렸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타라는 언덕까지 오르실 때 세 번 쓰러지셨는데, 그 고통이 생각보다 매우 처절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더 나아가, 당시 군인 신학생이었던 저는 사제 생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 ‘사제로 평생 살아가려면 적어도 세 번은 처절하게 쓰러지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부부 생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혼인하여 가정을 일구고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일을 많이 만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겪는 가운데 자신의 배우자와 도저히 함께 살 수 없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의 위기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곧 십자가의 길이 그렇고, 사제나 수도자의 길이 그러하듯, 부부 생활에서도 적어도 세 번은 쓰러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쓰러짐은 도저히 일어서기 힘들 정도로 처절하게 다가오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순간이 오더라도 좌절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모든 부르심에는 이러한 위기가 따르기 마련이고,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그러한 위기를 이겨 내며 다시 일어섭니다. 예수님께서 그러하셨고, 교회의 역사 안에서 수많은 신앙인들이 그러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라 한 몸이 된 부부들 또한 쓰러져도 일어서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이를 원하시고, 또한 그렇게 일어서도록 힘도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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