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책 소개)

사랑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3. 2. 25. 15:12

2013년 2월 23일 사순제1주일 토요일

 

흔히 사랑이란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곧 자신의 마음이 움직였을 때에 사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 생각이 정말 맞는다면, 오늘 복음에서 가르치는 원수에 대한 사랑은 불가능한 것이 됩니다.
사랑이란 ‘가슴’뿐만 아니라, ‘머리’와 ‘손발’까지 포함된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입니다. 한창 사춘기인 아이들은 ‘머리’로는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가슴’으로도 부모님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그들은 ‘손과 발’이 잘 따르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방황하면서 부모에게 반항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이 아이들이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예수님의 탄생 예고에 대한 성모님의 태도를 생각해 보십시오. 처녀인 성모님께 아기가 생긴다는 말씀은 ‘머리’로는 이해되지도 않고 ‘가슴’으로는 참으로 두려운 것이었지만, 성모님께서는 ‘손과 발’로 이를 따랐습니다.
이처럼 사랑이란 ‘머리’, ‘가슴’, ‘손발’이 다 함께 어우러져 온몸으로 하는 것이고, 이 가운데 어느 하나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나머지 부분을 통해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원수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요? 그것은 ‘가슴’으로는 할 수 없지만, ‘머리’와 ‘손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시어머니가 비록 얄밉고 이해되지 않더라도 기쁜 표정으로 응해 주는 것 또한 사랑입니다. 아픈 이에 대한 병구완이 가슴으로는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지만, 머리로는 그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며 손발로 돌보아 준다면 그것 또한 사랑입니다. 상처를 준 사람을 도저히 상대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에게 인간적인 예의를 갖추며 대해 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가슴’으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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