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강론

사순 제4주간 목요일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7. 3. 31. 07:50

밤송이 (김기현 요한) 신부님

사순 제4주간 목요일

요한 복음 5장 31~47절


주님께서 서운해 하지 않으시도록, 시간을 내어 드리고, 말씀에 귀를 기울입시다.


매달 마지막 주에 프라도라는 사제 모임이 있는데요.

그 모임에 나오는 신부 중에 동기가 둘 있습니다.


한 친구는 도시에 있고, 다른 한 친구는 섬에 있는데요.

저와 섬에 사는 다른 친구는 모임 후에 본당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보통 도시에 사는 친구의 사제관에서 하룻밤 신세를 집니다.

지지난 번 모임 후에도 동기 신부의 사제관에 갔었는데요.

셋이서 술을 한 잔 더 하고 나서 자려고 이불을 깔았는데, 동기 한 명이 같이 자겠다며 옆에 이불을 깔았습니다.

그러고 눕더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엎드려서 다음날 독서와 복음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동기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건성으로 듣는 척 맞장구를 쳐 주었는데요.

그 모습에 서운함을 많이 느꼈던지 ‘넌 그래서 안 돼~’ 하며 말을 더 하지 않더라구요.


미안한 마음에 책을 덮고 ‘그래그래~ 이야기 해 봐~’ 하고 다시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준 적이 있는데요.

그 친구가 느꼈던 서운함을 예수님께서도 느끼셨던 모양입니다.

말씀만 연구하던 이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안다. '

왜 그렇게 느끼셨을까요?

오늘 복음에 보면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40절에 ‘너희는 나에게 와서 생명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하는 말씀대로, 예수님께 시간을 내어 드리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를 위한 시간을 내지 않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것과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나는 부모님을 정말 사랑해~’ 하면서 부모님을 한 번도 찾아뵙지 않거나,

‘나는 내 가족들을 정말 사랑해~’ 하면서 가족들과 식사 한 번 같이 하지 않거나,

‘나는 내 친구를 정말 사랑해~’ 하면서 그와 전화 통화 한 번 하지 않는다면,

그는 부모님이나 가족이나 친구를 정말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겠죠.


정말 사랑한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내 보려고 할 겁니다.

예수님께도 그러한 마음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너희가 나를 정말 사랑한다면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내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고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예전에 영성 지도 신부님께서

‘매일 성체 앞에 한 시간도 머물러 있지 않으면서 어떻게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 하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요.


우리가 정말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그분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곧 미사를 봉헌하고, 성체 앞에 머무르며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을 내어야 합니다.

그래야 예수님께서도 우리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느끼실 겁니다.

두 번째는 43절에

‘너희는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고, 따르지 않는 이들을 보며‘아, 이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하고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는 것 같은데요.


예를 들면 신자들에게 ‘기도합시다. 평일 미사에 나옵시다. 단체 활동을 합시다.’ 했는데도 여전히 기도도 하지 않고, 평일 미사에 나오지도 않고,

본당 일에 아무 신경도 쓰지 않는 신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분들을 보면, ‘저분들은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시는구나.. 내 말을 무시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나를 받아들여 주시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요.

강론 할 때 제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시거나 미소를 지으시거나 맞장구를 쳐 주시면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또 그 강론을 들은 분들이 실제로 삶에서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받아들이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예수님도 마찬가지이실 겁니다.

우리가 독서나 복음 말씀을 들을 때 귀 기울여 주의 깊게 듣는 모습을 보시게 되면, ‘나를 받아들이는구나...’ 하는 느낌이 드실 겁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고 삶에서 실천하는 모습을 보시면 ‘정말로 나를 받아들였구나... 나를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시겠죠.


따라서 우리가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마음으로 받아들여 삶으로 실천한다면, 주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한다고 느끼실 겁니다.

오늘 하루, 주님께서 서운해 하지 않으시도록, 주님께 시간을 내어 드려봅시다.

또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 봅시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신도로 들어가는 배에서 신자 분을 만났다.

차를 가져오셔서 태워달라고 했는데, 차에 타고 보니 앞에 두 분, 뒤에 두 분, 짐칸에 한 분이 계셨다.


마음속으로 ‘내 자리를 남겨두었나..’ 했는데,

조금 있다 보니까 자매님 딸이 학교 수업을 끝내고 친구들과 배에 오르고 있었다.

딸은 당연히 자리가 있으려니 하고 차를 타려고 했는데, 그 자리에 내가 앉아 있었다.^^;


인천교구 밤송이(김기현 요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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