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예화, 인용

인형의 집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4. 7. 5. 13:14

인형의 집 (입센) △

[자아발견의 여성해방극]

언제나 널리 애독되고 꾸준히 상영되는 이 희곡은 전 3막으로 된 장막극이다. 노르웨이 태생의 입센은 이 작품으로 불세출의 문호가 되었으며 근대극의 제 1인자라는 영광을 누리게도 되었다.

<인형의 집>은 흔히 여성해방운동의 기폭제가 된 사회극으로 불렸거니와, 꼭 이런 사대사적 규정보다도 현재와 미래에 걸쳐 인간사회에서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타성적 부부관계와 부지불신간에 일상화된 그릇된 인습에 경종을 울리는 문제성을 내포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일이다. 여주인공 노라의 가출원인은 특정한 한 시대, 한 가정에만 연유된 돌발사가 아니라 어느때에도 보편적으로 상존하는 일이며, 그녀의 담대한 가출이 당대엔 쇼킹하게 받아들여져 일대 반항을 야기했다지만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큰 사회 문제가 되고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주부로서 온실 같은 가정 속에 살며 남편으로 부터는 항상 살뜰하고 자상스런 애정을 듬뿍 받던 여주인공이 어느 날 그 가정에 위기가 닥쳤을 때에 비로소 남편의 인격과 애정의 허상을 직시하게 된다. 그것은 동시에 평온한 나날 가운데에서 자신이 귀염받은 하나의 종달새, 훼손당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 한 인형으로 살아왔음을 깨닫는 일이기도 했다, 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 진정한 자기 모습을 찾기 위하여 만류하는 남편을 뿌리치고 "무엇보다도 저는 하나의 인간이예요. 당신과 똑같은...... 그렇지 않다면 저는 최소한의 인간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겠어요." 하며 집을 나간다.이런 줄거리로 된 <인형의 집>이 발표되자 극심한 찬반 양론이 벌어졌다 한다. 찬성하는 편은 이 작품의 주제로 설정된 부인의 자아 발견과 인간성 회보그, 그리고 이런 모순을 해부하여 과감한 개혁자적 모랄을 보인 작가에서 보내진 반응이었다. 반면에 성토하는쪽은 원인이 어디에 있든 잘못을 반성하는 남편과 어린 자식을 방기하고 가정주부가 집을 떠날 만큼 더 큰 의무와 당위성을 과연 찾을 수있느냐, 노라가 가풀하기 전에 구원의 제시도 없이 한 가정만 파괴하고 만 작가의 전투적인 이상주의가 합당한가에 퍼부어졌다. 이에 작가인 입센은 작품의 내용에 대해선 독자에게 일임하고 작가의식과 관련지어선 다음과 같이 항변한다. "여권운동을위하여 의식적으로 노력했다고 하는 명예는 되돌려주어야하겠다.나의 일은 일생을 기술하는데에 있다."라며 작가는 문제를 해결할 필요는 없고 다만 인생을 있는 그대로 묘사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형의 집>에서 어떠한 인생, 어떠한 인간을 묘사하려 했던가?

제 1막에서는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노출되면서 상호간의 관계가 서서히 해명된다. 상냥하고 아름다우며 낙천적인 근면성을 갖고 있는 노라. 변호사로서 주식은행의 행장으로 이제 막 출세의 기틀을 잡은 남편 헬메르ㅡㅡ 그는 사회적으로 성실 청렴하고 집안에서는 관대한 애정과 분수를 아는 절제심을 갖고 있었다.

한편, 노라의 친구로서 불행한 가정생활 끝에 이제 홀로 된 몸으로 취직 청탁차 나타난 린데 부인, 그리고 한때 노라가 어려운 처지에 빠졌을 때 그녀가 남편 몰래 채무를 진바 있는 평판 나쁜 전직 변호사 크로그스타트가 등장한다.

크로그스타트는 전날 위조성명의 범법을 저질러 사회적 명망이 매장된 사내로서 헬메르가 취임한 주식은행의 직원으로 지금껏 근무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는 사나이였다. 그는 헬메르에 의해 파면당하게 되었으므로 옛날 노라가쓴 차용증서를 협박자료로 삼아 모면하고자 은밀히 노라를 면담한다.

그것은 신혼 초기에 헬메르가 중환에 걸렀을 때, 돈을 마련할 길이 없었던 노라가 남편 몰래 그에게 돈을 차용하면서 보증인으로 요구한 자기 아버지의 서명을 위조한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아버지의 생명도 경각에 달해 있었으므로, 노라는 심려를 끼치고 싶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자신이 위조서명했던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아버지가 곧 별세했고, 이제 그 잔금의 마지막분을 상환할 기일을 앞둔 채무자에게 그것이 인지된터였다.

노라가 그의 구제를 남편에게 은근히 간청하자 남편 헬메르는 완간히 거부한다.

"이런 죄(서명위조죄를 말함)를 느끼고 있는 사람이 항상 남을 속이고 위선을 차리며 가면을쓰고 다니는꼴이라니, 자기 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 말하자면 자기 처나 아이들에게까지 가면을 쓰고 대한단 말이야. 이보다 무서운일이 어디있어."

제 2막은 극도로 초조감을 느끼는 노라의 심리가 그려진다. 음흉하고 치사스런 크로그스타트는 틀림없이 자기가 입은 피해의 대가로 그 위조서명된 차용증서를 공개할 것이고, 그로 말미암아 남편의 명예엔 먹칠이 가며 자기네 단란한 가정도 먹구름이 끼리라는 생각에 전전긍긍한다. 근심에 빠져있는 아내를 보고 헬메르는 영문을 모른 채 그런 위선자 따의의 적개심은 하나도 두려울것이 없다며. "만일 무슨 문제가 생긴다 해도 내게는 용기도 있고. 충분한 실력도 있단 말야, 나를 믿어요."하면서 어떤 위기가 닥치면 부부답게 그 고난을 나누어 감당하자는 뜻을 피력하기도 한다. 이미 파면통지서를 받은 크로그스타트에게서 그 취소를 종용받으면서 노라는 곧 있을 가장무도회 조차 시들하게 생각한다.

제 3막. 노라의 친구 린데 부인은 한때 크로그스타트의 연인이었다. 그녀는 노라를 구할 양으로 많은 아이를 두고 홀아비로 사는 그에게 결합을 제의한다.

여기에 힘을 얻은 크로그스타트는 이 문제를 불문에 부치고 싶으나 때는 늦어 그의 편기자 이미 헬메르에게 전해진 후였다.

자초지종을 알게된 헬메르의 충격과 분노는 이루 할할 수없다. 비록 동기가 그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선의에서임과, 채무사실을 지금까지 함구해오며 생활비의 절약으로 변제한 아내의 미덕은 덮어둔채 분별없이 범한 실수탓하면서 노라를 매도한다. 조금 전에만 해도 "나는 때때로 당신에게 무슨 위기가 다가왔으면 하는 희망을 가진다니까, 그리하여 내가 당신을 위해서 몸과 목숨뿐 아니라 모든 것을 바칠수 있게 말야"라고 말했던 그가 무섭게 책망하면서 심지어는 그런 부도덕한 짓을 한 노라에게 아이들의 양육도 허락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선언한다.

그때 뒤늦게 나마 마음을 고쳐 먹은 크로그스타트가 이 일을 불때문에 부친다는 편지와 함께 문제의 차용증서를 돌려 보낸다. 또 다시 급변하는 헬메르의 태도, 그러나 노라는 이미 진실을 모두 꿰뚫어보고 난 다음이었다. 그녀는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는 가지고 놀기 좋은 인형에 불과했다가 그것이 남편에게 인계된어 그의 취미에 맞는 노리개 감으로 살아왔음에 대해 불현듯 눈을 뜬 것이다. 노리개감이란 보기 좋고 성할때는 애지중지되다가 그것이 망가지든지 하면 타박을 받으며 내팽개침을 당하는 법이다.

자기네들의 생활은 동거 생활일뿐 진정한 결혼 생활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적을 믿지 않는 노라는 감연히 전 생활과 결별하며 고향으로 가기 위해 집을 떠난다.

<인형의 집>은 이러한 갈등과 파란의 이야기가 노라 집의 응접실인 특정한 무대에서 벌어진다. 단일한 그토리가 소수의 등장인물, 단일 무대 위에서 독자로 하여금 숨돌릴수 없는 긴장으로 몰아 넣는다. 극적 긴장감이 드라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일진대, 이 장막극은 완전한 충족감을 준다. 더구나 크로그스타트로인해 조성괸 폭발할듯한 위기와 돌연한 차용증의 반환으로 급전하는 해소감은 희곡 창작기법의 교과서적 기본을 보인다. 그 흥분의 고조와 해결에는 통분과 고소 위트와 아이러니가 넘친다.

노라는 이로부터 유럽대륙에서 새시대 여성상의 대명사가 되었다 한다. < 인형의 집 >은 노라를 창조하여 부인해방운동에 불을 질렀지만. 입센은 어디까지나 생동하는 인간의 사상과 성격을 내적 대립과 발전 단계를 통해 묘사했으므로 그는 계몽극의 작가가 아니라 시인으로 칭송받아 마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입센(IBSEN, HENRIK :1828~1906)

노르웨이의 극작가*시인.

센강가의 항구도시에서 태어나 약국점원, 극장감독, 대학 등의 직업을 가졌다가 후일 스스로 자원하여 해외추방자가 되었다.

그는 극형식에 있어서 율어를 배격하여 산문극을 창시했고. 내용에 있어서는 부인 문제, 사회문제를 취급하여 소위 문제극을 세계에 소개한 근대극의 비조한 영예를 누린다.

극작품 <브란드> <황제와 갈릴레야인> <망령> <들오리> 등 명작이 많은데 그 중 1879년에 발표한 <인형의 집>은 폭탄같은 반향을 낳았다. '입센극'이라 불릴 만큼 개성적인 희곡 외에 많은 훌륭한 서정시를쓰기도 했다.

'책, 예화, 인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지  (0) 2014.07.05
적과 흑  (0) 2014.07.05
마지막 앞새  (0) 2014.07.05
부활  (0) 2014.07.05
걸리버 여행기  (0) 2014.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