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복음 묵상

피정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3. 10. 14. 12:08

2013년 10월 9일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루카11,1-4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루카11,1)

오늘 제자들은 예수님께 기도를 가르쳐 주십사고 청합니다. 우리 교우들 가운데에도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들려주는 체험이 있습니다.
부제품을 준비하며 열흘 넘게 대침묵 피정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피정으로 크나큰 감동을 맛보고 많이 변화된 선배들을 보아 왔기에 저 역시 그 피정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그래서 피정 내내 누구보다도 열심히 기도에 매진하였습니다. 그런데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도 감동은커녕 고달프기만 하였습니다. 물론 깨달음이 오기는 하였지만 부제품을 앞둔 사람의 삶 전체를 받쳐 줄 정도의 확고한 깨달음은 아니었습니다.
피정 막바지에 저는 지도 신부님에게 피정 내내 겪어야 했던 메마름과 실망을 토로하였습니다. 그리고 제 기도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지도 신부님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 안에서 우리가 만족을 하는지, 그렇지 않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이십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시간을 내어 당신과 함께한 것에 대해 너무나 기쁘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분의 마음을 헤아리십시오.” 피정이 끝날 때만 하더라도 큰 감흥이 없는 듯해 아쉬움이 많았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돌이켜 보니 그 피정이 다른 어떤 피정보다도 가장 뜨겁고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기도는 오아시스 없는 사막을 가로지르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기도 안에서 갈증을 해소할 오아시스를 만나고자 합니다. 그러나 순간의 갈증을 풀어 주는 기도가 반드시 좋은 기도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사막을 가로지르는 듯한 메마름을 느끼면서도 하느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이어 나가는 기도가 더욱 값진 기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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