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0일 금요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라우렌시오 성인은 스페인의 우에스카에서 태어났다. 로마 교회의 일곱 부제 가운데 수석 부제였던 라우렌시오의 임무는 교회의 재산을 관리하고 빈민들을 구호하는 일이었다. 로마의 발레리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 박해자들이 교회의 보물을 바치라고 하자 라우렌시오 부제는 교회의 재산을 남몰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뒤 그들을 박해자들 앞에 데려갔다. “이들이 교회의 재산입니다.” 이에 분노한 박해자들은 라우렌시오 부제를 불살라 처형하였다. 258년 무렵이었다. 라우렌시오 부제는 가난한 이들이 바로 교회의 보물임을 일깨워 준 성인이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이 말씀은 우리에 대한 예수님의 권고이지만, 당신의 삶을 그대로 보여 주시는 것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몸소 하늘에서 이 땅에 내려오시어 목숨을 바치시고 생명의 열매를 맺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삶을 본받아 우리가 가진 것을 기꺼이 봉헌하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대중가요 중에 ‘가시나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람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이 노랫말처럼 ‘나 자신’을 온전히 비우지 않으면 그 어떤 열매도 맺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가시나무’가 될 뿐입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에는 손을 쥐고 어머니 배 속에서 나오지만, 세상을 떠날 때에는 손을 편다는 말이 있습니다. 곧 손을 펴지 않으면 죽음 뒤의 영원한 생명을 맞이할 수 없는 것이 삶과 죽음의 이치입니다. 그래서 죽을 때에는 모든 것을 버리고 손을 펴는 것이 아닌지요? 그러나 이것이 어찌 죽을 때에만 그러하겠습니까? 우리의 삶 자체가 바로 이렇게 손을 펴는 것의 연습이고 훈련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