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7일 연중 제18주간 수요일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마태15,27) 예수님께서 가나안 부인의 청을 거절하시자, 그 여인이 예수님께 다시 한 번 청하며 했던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들으시고 그 여인의 딸을 고쳐 주십니다. 여인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부스러기 은총’이 그 가정에 내려진 것입니다.
지난 월요일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우리는 들었습니다. 그때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부스러기)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습니다. 이 부스러기들은 그저 먹고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가 아닙니다. 열두 광주리에 부스러기들이 가득 담겼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새로운 이스라엘 백성, 곧 열두 사도 위에 세워진 교회에 이제 ‘부스러기 은총’이 충만히 주어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 ‘부스러기 은총’이 이스라엘 백성이 아닌 다른 민족인 가나안 여인에게까지 주어진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빵의 은총’이 주어졌지만, 그들은 그 은총에 감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가나안 여인은 ‘부스러기 은총’이라도 간절히 원하였고, 이를 통하여 자신의 딸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든 다른 민족들이든 모두에게 부스러기 은총이 주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다른 민족들에게 내리신 은총은 부스러기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그분 스스로 빵이 되시어 당신 백성인 교회에 ‘빵의 은총’을 새롭게 내려 주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이러한 사랑에 힘입어 빵도, 부스러기도 모두 차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