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2일 연중 16주간 화요일
제가 외국에서 공부할 때에는 전 세계 각 나라에서 모인 신부님들 120여 명이 함께 생활하는 기숙사에 있었습니다. 그곳에 한국 사람은 저밖에 없었으므로 많이 외로울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막상 생활하며 같이 지내다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깨달음은 여러 신부님들과 함께 미사를 드릴 때 처음 찾아왔습니다. 함께 성무일도를 바치고 성가를 부르면서 이질감보다는 동질감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더 나아가 언어, 피부, 민족, 국가가 다른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믿음 안에서 서로 공감하는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형제, 자매, 부모’라는 말을 혈연이 아니라 신앙에 따라 사용하십니다. 곧 예수님께 가족이란 물리적인 핏줄이 아니라 영적인 핏줄로 이루어진 공동체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여기서 말하는 영적인 핏줄은 ‘하느님의 뜻’입니다. 우리 각자에게 하느님의 뜻이 흐르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 뜻이 흐르고 있으므로 함께 미사를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외국 신부님들에게서 저는 가족애를 느꼈던 것입니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버스나 지하철에서 묵주 반지를 낀 교우를 보면 반가운 것도 우리 안에 하느님의 뜻이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각자의 신앙 공동체가 지금보다 더 가족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그 길은 오로지 주님의 뜻을 함께 찾고, 그것을 잘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우리를 한 가족으로 묶는 유일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