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20일 연중 제16주일(농민주일)
한국 교회는 주교회의 1995년 추계 정기 총회의 결정에 따라 해마다 7월 셋째 주일을 농민 주일로 지내고 있다. 이날 교회는 농민들의 노력과 수고를 기억하면서 도시와 농촌이 한마음으로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맞갖게 살도록 이끈다. 각 교구에서는 농민 주일에 여러 가지 행사를 마련하여 농업과 농민의 소중함과 창조 질서 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묵상
한 청년이 매일같이 빵집을 들러 식빵을 사 갔습니다. 얼굴이 창백한 그는 늘 식빵만 찾았습니다. 빵집 여주인은 영양가가 부족한 빵만 사 먹는 그 청년을 볼 때마다 측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청년도 모르게 빵에 버터를 듬뿍 발라서 그에게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청년은 빵집을 찾아와 불같이 화내다가 마침내는 좌절한 표정으로 맥없이 주저앉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는 도시 계획의 설계 공모에 제출하려고 오랫동안 설계도 작업을 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설계도의 지우개로 사용하려고 지금까지 식빵을 사 갔는데, 하필 마무리 작업을 하던 그날 저녁 그 버터 빵 때문에 설계도를 모두 망쳐 버린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이러한 일이 적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처지는 전혀 모르는 채 그를 위하여 무언가를 해 준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사랑이란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를 중심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된 사랑에 필요한 것은 헤아림입니다. 이것이 없는 사랑은 상대방을 힘들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을 향한 두 가지 사랑을 볼 수 있습니다. 마르타와 마리아의 사랑입니다. 마르타의 사랑은 예수님께서 지금 바라시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드리는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하느님 나라에 대하여 말씀하고 싶어 하시는데, 그녀는 그것에 대해서는 듣는 둥 마는 둥 시중만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다릅니다.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바로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사랑은 어떻습니까? 자기중심적인 사랑으로 오히려 상대방을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