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8일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묵상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 이삭을 뜯어 먹는 모습을 보고 바리사이들이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이는 남의 곡식에 손을 대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당시 율법 학자들에 따르면, 추수 행위는 안식일에 하지 말아야 할 노동으로, 밀 이삭을 뜯는 행동은 바로 수확 행위인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지나친 율법주의로 말미암아 율법의 근본정신을 소홀히 여기는 이들의 태도를 나무라십니다. 그렇다면 안식일 법의 근본정신은 무엇일까요? 예수님의 말씀에 담겨 있습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왜 하필 안식일 법의 근본정신이 자비인지는, 안식일의 기원을 전하는 ‘천지 창조’의 이야기(창세 2,1-3 참조)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엿새 동안 세상을 창조하시고 난 뒤 이렛날에 쉬십니다. 그런데 사실 전능하신 하느님께 굳이 휴식이 필요하신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휴식하신 것을 창세기는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렛날에 복을 내리시고 그날을 거룩하게 하셨다”(2,3).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이들을 축복하시고자 쉬신 것임을 보여 줍니다. 실제로 이스라엘 백성은 유배 생활이나 노예 생활 때문에 쉬고 싶어도 강제적으로 노동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안식일만이라도 쉬면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시간을 갖자는 데에서 생겨난 것이 안식일 법입니다. 곧 이 법은 약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에 대한 자비의 법인 것입니다.
어제 복음을 묵상하면서도 보았듯이 ‘사랑’은 모든 법의 근본정신입니다. 우리도 바리사이들처럼 법을 지키고 있는지에만 집착한 나머지 사랑의 마음을 담은 삶에 소홀한 것은 아닌지 돌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