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1일 목요일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서방 수도 생활의 아버지’라 불리는 베네딕토 성인은 480년 무렵 이탈리아의 중부 지방 누르시아에서 태어났다. 로마에서 학업을 마친 그는 수도 생활에 대한 관심으로 동굴에서 3년 동안 고행과 기도의 은수 생활을 하였다. 그의 성덕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모여들자 베네딕토는 마침내 수도원을 세웠다. 그는 서방에서 처음으로 수도회 규칙서에 공동 생활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였다. 이 규칙서는 수도 생활의 표준 규범서로 삼을 정도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베네딕토 아빠스는 547년 무렵 몬테카시노에서 선종하였다. 1964년 바오로 6세 교황은 그를 유럽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하였다.
-묵상
“앓는 이들을 고쳐 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마태10,7)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내리신 분부입니다. 그렇다면 제자들에게 앓는 이들을 고치는 능력, 죽은 사람을 살리는 능력, 나병 환자를 깨끗이 낫게 하는 능력, 마귀를 쫓아내게 하는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일까요?
제자들이 지닌 능력은 오로지 하느님과 함께할 때야만 가능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결코 발휘될 수 없는 능력입니다. 마태오 복음 17장을 보면, 제자들은 마귀를 쫓아내는 능력을 받고도 마귀를 쫓아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묻습니다. “어찌하여 저희는 그 마귀를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17,19) 예수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옮겨 갈 것이다. 너희가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17,20).
그렇습니다. 믿음을 가지고 하느님을 삶의 바탕에 두는 자세가 제자들이 능력을 받은 비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주님의 일을 할 때에 우리 자신의 힘이나 어떤 도구의 힘, 또는 권력이나 재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을 바탕으로 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 돈도 지니지 마라. 여행 보따리도 여벌 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
이 말씀은 하느님께 제대로 의지하려면 다른 힘에 기댈 여지를 미리 없애라는 뜻입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파견하시며 같은 명령을 내리실 것입니다. 이 명령에는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께 철저히 의지하면서 모든 일을 수행하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