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본 10장은 레지오 마리애의 사도직을 다루고 있는데 다음 7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 1.레지오 사도직의 존엄성, 2.평신도 사도직의 필수성, 3.레지오와 평신도 사도직, 4.사제와 레지오, 5.본당에서의 레지오, 6.강렬한 이상과 행동은 레지오의 열매, 7.도제 제도에 의한 단원 양성
1. 레지오 사도직의 존엄성(59쪽 ; 교본 24-25쪽)
레지오 마리애가 창설된 당시엔 평시도 사도직 단체가 별로 없었고 평신도가 교회 일에 적극 앞장서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던 시대였다. 레지오 창설 도시인 더블린의 교구청에서조차 레지오를 공인해 주기는커녕 창설자를 반교권주의자라고 비난하면서 궁지로 몰아넣었다.
다행히 청설된지 10년 가까이 되자 레지오가 로마에도 알려져 로마 교구 총대리 마르케띠 추기경이 창설자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과 당시 교황 비오 11세가 평신도 사도직 활동을 적극 장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프랭크 더프는 그 두 분을 꼭 뵙고 싶어했다. 마침내 1931년 그가 교황을 알현했을 때 레지오 마리애가 전 세계로 확장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는 교황의 말씀을 듣고 레지오가 구제받은 것에 대해 크게 기뻐하며 한없이 감사를 드렸다.
비오 11세는 가톨릭 운동의 교황이라고 불렸다. 가톨릭 운동이란 '평신도들이 여러 가지 운동과 회의 형태로 단체를 만들어 교계와 긴밀한 관계를 보존하면서 참된 사도적 목적을 추구하는 조직적 사도직' (평신도 사도직 교령 20항 참조)을 일컫는데 이는 교황 비오 10세(1903-1914 재위)가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그 후 비오 11세(1922-1939 재위)는 가톨릭 운동을 '성직 사도직에 대한 평신도들의 참여' (사도적 교서 23권 287쪽)라고 했으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선 '성직 사도직에 대한 평신도들의 협력'이라고 하면서 다음의 제 가지 요소를 갖춘 조직체는 모두 가톨릭 운동에 속한다고 하였다 " 1)조직체의 직접 목적이 교회의 사도적 목적이어야 하고, 2)기획, 관리 및 운영에 있어서 스스로의 경험을 제공하고 책임지고 실천해야 하며, 3)평신도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활동하고, 4)주교를 최고 지도자로 모시고 활동하는 것이다(평신도 사도직 교령 20항).
이렇게 볼 때 레지오 마리애 역시 가톨릭 운동에 속하며 매주 회합을 통해 기도, 공부, 활동을 하는 사도직 단체이기에 기존단체 이상으로 사도직의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기존 가톨릭 운동은 새로운 평신도 사도직 단체인 레지오를 경원시하고 활동을 방해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레지오로 인해 뭉쳐진 힘이 둘로 갈라질 것을 염려하고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특히 유럽 지역에서 레지오가 발전하지 못하였다.
새교본 본문은 현교본에 있는 비오 11세의 사도적 교서 내용을 전부 삭제하고 그 대신에 평신도 사도직 교령과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을 삽입하였다. 교본 본문 전체 내용은 다음과 같다.
레지오가 단원들에게 요구하는 사도직의 존엄성과 그 사도직이 교회에 대해 가지는 중요성을 설명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권위있는 선언보다 더 강력한 말씀은 없을 것이다 :
"평신도는 사도직 수행의 권리와 의무를 머리이신 그리스도와의 일치에서 받는다. 평신도는 성세성사로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가 되고 견진성사로 성령의 힘을 받아 강해졌으며 주님으로부터 사도직 수행의 사명을 받았다. 평신도가 거룩한 백성으로서 왕다운 사제직에 참여하도록 축성된 것은 모든 활동으로 영적 제물을 봉헌하며 세상 어디서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기 위해서이다. 성사로써, 특히 가장 거룩한 성체성사로써 전체 사도직의 영혼과 같은 사랑이 부여되고 자라는 것이다"(평신도 교령 3항) ; 교황 비오 12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 "신자들은, 더 정확히 말해서 평신도들은 교회생활의 일선에 서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교회는 인간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리이다. 그러므로 평신도들은 특별히 교회에 속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교회라는 더욱 분명한 의식을 지녀야 한다. 교회란 모든 사람의 으뜸인 교황의 지도 아래 그리고 교황과 일치하는 주교들의 지도 아래 있는 지상의 신자 공동체이다. 이들이 바로 교회이다"(평신도 그리스도인 9항).
2. 평신도 사도직의 필수성(59-60쪽 ; 교본 25-26족)
평신도 사도직의 필수성에 대해 논의하려면 먼저 평신도란 누구이며 사도직이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평신도란 단어는 하느님의 백성의 개념에서 유래하며 교회 역시 하느님의 백성이라고 불린다.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로 구성되어 있기에 평신도 없는 교회란 있을 수 없다.
평신도 사도직에 대해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이 잘 밝혀 주고 있다. 평신도란 누구인가? 평신도란 "세례로써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고 하느님 백성 중에 들고 그들 나름대로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직, 왕직에 참여하여 교회와 세계 안에서 그리스도의 백성 전체 사명을 각기 분수대로 수행하는 신도들을 말한다"(교회 헌장 31항). 즉 평신도는 성직자나 수도자와 구분되지만 사제직, 예언직, 왕직 공동체인 교회의 공동 책임성 있는 구성원이다.
평신도의 교유한 특징은 세속적인 성격에 있다. 그들은 세속의 온갖 직무와 일, 가정과 사회의 일상 생활 조건들 속에서 복음 정신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세계 성화에 힘쓰고 실생활의 증거로써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도직이란 무엇인가? 사도직이란 사도들의 사명을 나름대로 수행하는 모든 그리스도교인의 직무인데 그 어원은 희랍어의 '사명'이란 뜻에서 나왔다. 평신도 사도직 교령에서는 사도직을 '교회 창립 목적인 그리스도 왕국 확장, 인류 구원, 세계 성화를 위한 신비체의 모든 활동'이라고 정의하였다(2항 참조 ; 새교본 13장, 83쪽 참조). 사도직에는 성직 사도직과 평신도 사도직이 있다. 성직 사도직은 신품성사에 의해, 평신도 사도직은 세례성사와 견진성사에 의해 참여한다.
공의회 문헌은 평신도 사도직의 필수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 "평신도 사도직은 그리스도 신자로 불리었다는 사실에서 유래하는 것이므로 교회 안에서 절대로 없어질 수 없는 필수적인 것이다. 현대는 초대교회 못지 않은 평신도들의 열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의 정세는 보다 활발하고 보다 광범한 평신도 활동을 요청한다. 날로 격증하는 인구, 과학과 기술의 발달, 보다 긴밀해지는 인간 관계 등은 평신도 사도직의 무대를 무한히 확대하였고 그 활동 분야의 대부분은 평신도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평신도 사도직 교령 1항) ; "평신도 사도직은 교회의 구원 사명 자체의 한 부분이며 주께서 친히 세례와 견진을 통하여 모든 사람을 이 사도직에 부르시는 것이다"(교회 헌장 33항).
평신도의 사명은 교회와 세속 안에서, 영적 질서와 현세 질서 안에서 수행하는 것이다. 평신도 사도직 교령은 교회의 여러 단체들, 가정, 청소년들, 사회 환경, 국가 및 국제 영역 등 사도직의 여러 분야를 다루면서 사도직 수행의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9-22항 참조). 사도직의 여러 분야에서 평신도는 개인적인 방법으로나 혹은 단체에 가입하여 사도직을 수행할 수 있는데 가능하면 조직적 사도직에 가입하기를 권장하고 있다(18-19항 참조). 그런데 레지오 마리애는 공의회가 개최된 40년 전에 이미 조직적 사도직 단체로서 활약하였던 것이다.
평신도 사도직은 성직 사도직과 필연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성직 사도직에 협력하고 목자인 성직자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사목자 역시 평신도들에게 사도직 수행을 할 수 있는 모든 길을 마련해 주고 평신도들을 양성시켜야 한다(교회 헌장 32-33항 참조).
교본 본문은 평신도 사도직의 필수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다 : "가톨릭 공동체는 사도직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사람들이 많을수록 건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 사도직의 근본 이상은 교회의 구원 사업에 대하여 강렬한 관심을 갖는 일이다. 그런데 그러한 관심은 참여 의식이 없이는 거의 생겨날 수가 없다. 따라서 사도직 단체는 사도를 만들어 내는 주형이 된다. 사제만이 이 주형을 효과있게 다룰 수 있으며 그 다루는 솜씨에서 사목자로서의 진가가 드러난다. 이러한 사도직의 특성을 꾸준히 가꾸어 놓지 않은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성교회에 대한 관심이 모자라고 모든 책임감이 부족하게 된다. … 추기경 뉴만은 '어느 시대나 평신도가 가톨릭 정신의 척도가 되었다'는 사실이 하나의 원리라고 말하였다."
3. 레지오와 평신도 사도직(61쪽 ; 교본 26-29쪽)
모든 평신도는 사도직 활동에 불림을 받았고 사도직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사도직 활동을 꺼려하는 이들이 많다. 교본 본문의 말대로 사도직은 그 자체로서는 냉정하고추상적이어서 매력이 없고 사도직이 요구하는 높은 사명에 호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평신도들이 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사람들을 구원하려는 교회의 싸움에서 담당해야 할 구실을 포기해 버리고마는 결과를 빚고 있다.
이처럼 개인적으로 사도직을 수행하기는 매력이 없고 힘들겠지만 일단 조직적인 사도직에 가입하면 안전장치가 될 수 있고 보람도 느끼게 된다. 흔히 세례받은 후 신심 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혼자서 신앙 생활을 하려고 하다 보니 오래지 않아 믿음이 식게된다. 사목 헌장에서도 이 점을 잘 밝혀 주고 있다 : "인간은 원죄로 말미암아 자신 안에서 이미 분열되었다. 이 때문에 개인 생활이나 집단 생활이나 인간 생활 전체가 선과 악, 빛과 어둠 사이의 극적인 싸움으로 나타난다. 더구나 인간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악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없음을 발견한다"(13항). 예수께서도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다"(마태 18,20)고 하셨기에 평신도들은 교회의 구원 사업 특히 선교 사업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평신도들은 공동체적으로 예언직, 사제직, 왕직의 사명을 수행하고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평신도들이 개인 성화로써 자신의 냉담을 막을 뿐만 아니라 사제직과 왕직을 수행하고 나아가 냉담자들을 회두시키고 사람들을 교회로 인도하는 예언직 수행과 선교 활동에 앞장서게 하는 사도직 단체가 바로 레지오 마리애이다. 레지오는 평신도들로 구성된 조직적 사도직 단체이므로 레지오에 가입하면 자동적으로 평신도 사도직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교본에 의하면 레지오의 위대한 기능은 평신도 사도직의 소명 의식을 일깨우는 것이다. 레지오가 가꾸고자 하는 것은 각자의 사도직 소명에 대한 개인적 자각이다. 따라서 각 단원은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자세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각자가 부르심을 받았다는 확신은 필연적으로 사도직 정신과 그리스도의 사업을 수행하려는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이리하여 레지오는 수도 단체를 가름하는 평신도 단체로서, 일반 평신도 생활 안에서 완덕을 닦으려는 그리스도교적 이상을 불어넣어 현대 세계에 그리스도 왕국을 확장하고자 한다(60쪽 ; 교본 26쪽 참조).
레지오는 탁월한 사도직 단체로서 구원의 안전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교본 본문은 이 점에 대해 아프리카와 중국의 교황 사절을 역임한 안또니오 리베리 추기경의 말씀을 인용하고 있다 : "레지오 마리애는 매력적인 형태의 사도직으로서 약동하는 생명력으로 모든 이를 글어들이려 하다. 레지오는 교황 비오 11세가 규정한 방법 즉 하느님의 동정 성모께 의지하는 방법으로 활동한다. 단원의 질적인 면을 중요시하며 그것을 단원 확보의 바탕으로 삼기도 하고 단원을 불리는 열쇠로 활용하기도 한다. 많은 기도와 자기 희생, 확고한 조직 체계, 그리고 사제와의 온전한 협력을 통하여 안전보장을 받고 있는 사도직이다. 이러한 레지오야말로 현대의 기적이다."
또한 바오로 6세 교황도 "성교회 안에서 위대한 수도회들이 설립된 이래로 가장 중요한 발전상은 레지오 마리애의 설립이었다"고 하셨다.
예수님은 인류 구원을 위해 당신의 사제직을 교회에 물려주셨다. 평신도들은 미사와 전례에 참여하고 성사를 능동적으로 받음으로써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게 된다. 그래서 레지오 사도직은 은총의 주된 수로가 미사와 성사들이라는 사실을 근본 바탕으로 삼고 있다.
끝으로 교본 본문은 레지오 단원의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에 바탕을 둔 왕직 수행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레지오의 사도직은 병들고 굶주리는 많은 이들에게 하느님이 정해 주신 자양분을 가져다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며 갖가지 방법을 다 쓰고 있다."
4. 사제와 레지오(62-64쪽 ; 교본 28-30쪽)
레지오 마리애는 사제와 불가분의 관계이다. 왜냐하면 "레지오는 사제직의 보조자"(교본 40장 4항, 438쪽)이고 사목자들을 돕기 위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레지오의 역할은 사제들의 선교와 사목 활동에 최선을 다해 협조, 봉사하고 사제들의 활동 영역을 넓혀 주는 것이다.
레지오에는 반드시 사제인 영적 지도자가 있게 마련이며 본당에서는 본당 신부가 영적 지도자이다. 그런데 협조자 없이 본당 신부 혼자서 사목을 원활하게 할 수 없으며 그것은 주님의 뜻도, 교회의 가르침도 아니다. 교본 본문의 내용대로 일손을 돕고자 주위에 모여든 신자들에 둘러싸인 사제의 모습은 거룩하며 그것은 바로 예수님의 모범을 따르는 일이다. 예수님은 온 세상을 회개시키고자 준비하는 과정에서 협조자인 사도단을 거느리고 몸소 가르쳤으며 사도직 정신을 심어 주셨다. 사도들은 그러한 가르침을 익혀 선교 사업을 도와 줄 사람들을 모음으로써 저 멀리 로마까지 복음을 전파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교본 본문은 교황 비오 11세도 "로마에 그리스도교를 처음으로 전파한 것은 가톨릭 운동이었다. 그렇지 않고는 그 전파가 이루어질 수 있었겠는가? 만일 사도들이 그들 주위에 있는 남녀노소의 숱한 사람들을 불러모으지 않았더라면 열두 사도가 해 왔던 일은 저 광대한 세계 속에 묻혀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고 했다.
레지오 창설자 프랭크 더프는 "사제는 구성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역설하였다 : "이 세상에서 사제는 희생적인 사제, 교회의 조직자, 종교적 지식의 원천, 지도적 교사, 선교사와 예언자로서의 그리스도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도는 친히 구성원들을 조직하고 그들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사명을 완수하셨다. 만약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분이 세운 종교는 그분과 함께 십자가상에서 없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구성원이란 협조와 적극성, 결속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구성원들은 평신도 활동이 허용되는 한도까지 최대한 협력하여 사제의 영역을 넓히는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만약 사제에게 구성원들이 없다면 그는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외톨이로 고립되어 아무 힘도 쓰지 못할 것이다"(F. Duff Mary Shall reign, pp.16-17 ; 마리아 잡지, 푸른 군대 한국 본부, 16호 22쪽 참조).
이처럼 본당 신부의 사목 활동을 돕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필요한데 레지오 단원들이 바로 그 구성원을 이루고 있다. 레지오 단원들은 사제와 결속되어 사제의 수족이 되고 사제의 동반자 구실을 하고 있다. 레지오 단원들은 사제의 일을 멀찍이서 구경하고 있는 방관자가아니라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중재 역할을 하신 성모님처럼 각박하고 어려운 현실에 처한 사람들과 사제 사이에 서서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봉사한다. 그러므로 사제는 자신의 보조자요 구성원인 레지오 단원들을 잘 활용하여 자신의 활동 영역을 무한히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교본은 다음과 같이 사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을 새로이 본문에 삽입하였다 : "목자의 임무는 하나 하나의 신자를 돌보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참된 그리스도교적 공동체를 만드는 것도 그 고유의 책임이다. 그런데 공동체 정신은 지방 교회뿐 아니라 온 교회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면 올바르게 발전했다고 볼 수 없다. 지방 공동체는 소속된 신자들을 돌볼 뿐 아니라 선교정신에 불타 모든 사람을 위하여 그리스도께로 나아가는 길을 준비해야 하며 특히 성세 지원자들과 신입 신자들을 돌보고 그들을 단계적으로 그리스도교적 생활의 이해와 실천에로 이끌어야 한다(6항).
교본 본문 말미에는 사제와 그리스도의 지체들인 구성원간의 관계를 설명한 것을 인용하고 있다 : "사제와 신자들의 관계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와 같아야 한다. … 그리스도는 당신을 위해 신비체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사제도 마찬가지이다. 사제도 지체들을 스스로 양성해야 한다. 만일 사제가 그 자신이 양성하여 결합한 산 지체들을 가지지 못한다면 그의 사업은 보잘것없이 될 것이다"
5. 본당에서의 레지오(64쪽 ; 교본 32-34쪽)
현행 교본에서의 제목은 '레지오는 본당의 보배'인데 새 교본은 '본당에서의 레지오'이다. 새교본은 기존 교본 본문 전체를 바꾸었다. 새 교본 본문은 먼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 27항을 인용한 다음 본당에서 참된 공동체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레지오를 설립하여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새 교본 본문은 현행 교본 내용을 바탕으로 축소, 보완한 것으로서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현대의 상황에서 평신도들은 본당에서 교회적 친교를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으므로 많은 일을 해야 한다. 특별히 신앙 생활을 소홀히 하거나 포기한 냉담자들과 비신자들을 향한 선교 열정을 다시 일깨우기 위하여 평신도들은 많은 일을 해야 한다"(평신도 그리스도인 27항). 참된 공동체 정신을 앙양하기 위해서는 레지오 설립만큼 좋은 것이 없음이 밝혀졌다. 레지오를 통해 평신도들은 본당에서 사제와 결합되어 활동을 잘할 수 있고 사목적 책임을 분담하게 된다. 본당 단체들의 다양한 활동은 정기적인 주회를 통하여 관리될 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좀더 깊이 생각해 보면 본당 내 여러 활동 단체의 회원들이 레지오에 가입하여 영신적인 단체의 대열에 함께 서게 될 때 비로소 그들은 본당이 성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한 레지오의 조직적인 방법을 통하여 본당 내의 모든 이들을 접촉함으로써 이러한 공동체 건설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본당에서의 레지오 사도직 수행 방법에 대해서는 교본 37장 '활동의 예와 방법'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각 본당에 레지오가 없는 곳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본당 사목자가 사목과 선교 면에서 레지오가 본당의 보배임을 인정하는 증거이다. 일찍이 교황 비오 10세는 현대 사회를 구원함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각 본당에 참다운 사도적 정신을 지닌 평신도들이라고 하면서 모든 사제들이 본당에서 평신도들로 하여금 좋은 모범으로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고(62쪽 참조 ; 교본 29쪽 참조), 교본 본문에서 교황 비오 11세도 "평신도 사도직이야말로 사제들은 사목의 결정적 부분으로 여겨야 하고 신자들은 크리스찬 생활의 의무로 생각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라고 하였던 것이다.
예수께서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그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달라고 청하라"(루가 10,2)고 하셨는데 오늘날엔 숱한 레지오 단원들이 바로 본당의 추수할 일꾼들에 해당될 것이다. 그렇다고 본당이 '레지오 교회'라고 불릴 수는 없다. 레지오는 본당의 여러 신심 활동 단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지오는 여러 활동 단체 중에 중심 기관이 될 수 있다. 레지오의 지단(쁘레시움)이 설립되면 조직적이고 효과적인 활동을 전개할 수 있고 지단 안에 본당의 여러 사업과 봉사자들이 결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본당의 일반 단체에도 유익이 된다. 왜냐하면 본당의 자질구레한 활동, 정규 단체 이외의 활동들이 레지오와 연관을 맺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각 분야의 봉사자들은 서로의 경험을 나눔으로써 격려가 되고 깨우치게 될 것이다.
근래에 본당 안에 레지오 지단 숫자가 많아 일일이 지도하기가 힘들다고 영적 지도자인 본당 신부가 쁘레시움 주회에 아예 참석하지도 않고 훈화와 강복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사목자가 주회에 참석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매달 1회 꾸리아 등의 평의회에는 꼭 참석함으로써 본당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사제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나 당면 과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게 되어 사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본당 신부는 자신의 관심도와 지도 여하에 따라 레지오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레지오 간부들도 본당 신부가 레지오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노력하면서 본당의 사목 방침을 적극적으로 따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6. 강렬한 이상과 행동은 레지도의 열매(64-66쪽 ; 교본 34-36쪽)
교본은 강렬한 이상과 행동이 레지오의 열매라고 말하고 있다. 이상이란 각자의 지식과 경험의 범위 내에서 여겨지는 최고의 가치나 목표라고 하겠다. 이상이 없다면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훌륭한 이상뿐만 아니라 저질적인 이상도 있을 수 있다. 고상한 이상을 가진 사람은 성인도 될 수 있지만 저속한 이상을 가진 사람은 저질 인간이 될 것이다.
레지오 마리애는 단원 성화를 통해 마리아와 교회 사업을 적극 협력함으로써 하느님께 영광을 드린다는 높은 이상과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 열매를 맺고자 한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이상은 결실없는 허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상은 삶의 귀감이 되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하고 행동으로 옮겨서 실현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이 점에 대해 교본 본문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진리의 수호자인 가톨릭 교회가 단지 조심스럽고 틀에 박힌 행동만을 보인다면 진리를 아주 불리한 처지에 빠뜨리고 말 것이다. 만일 젊은이들이 선량한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활동적 이상주의를 추구하지 않고 순전히 세속적이고 비종교적이기까지 한 조직에 의지하려는 습성에 한번 젖으면 무서운 해악을 끼칠 것이다. 레지오는 그 기획을 진취적으로 만들고 성교회로 하여금 이상주의와 행동의 두 낱말을 시녀로 삼도록 도와 줄 수 있다."
역사가 렉키의 말에 의하면 세계는 그 이상에 지배된다고 한다. 만일 그렇다면 높은 이상을 창출하는 사람들은 모든 인류를 드높인다. 물론 이 경우에 그 이상은 실천 가능한 것이며 하나의 뚜렷한 목표점을 이룰 만한 것이어야 한다. 레지오가 지니는 이상은 이 두 가지 요건을 다 갖춘다고 할 수 있다.
레지오의 한 중요한 특징은 종교적인 높은 이상으로 인해 레지오 단원들과 그 자녀들 중에 많은 이가 사제, 수도 성소를 받고 있고 레지오 사업이 은총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이기주의가 만연한 현대 세계에서는 좀처럼 레지오 단원이 되려 하지 않고 활동하기를 싫어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하찮은 활동을 하도록 부름을 받는 사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큰 일을 하도록 부름을 받고 응하는 사람은 이상을 성취하려는 노력 때문에 레지오가 더욱 확장될 것이다.
사제수가 부족한 현대 교회에서 레지오의 강렬한 이상이 열매를 맺으려면 사제가 레지오를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레지오 활동의 첫째 원칙은 사제를 사람들에게 모셔다 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겠지만 사제의 영향력이 어디에나 미치도록 하고 사제가 하는 일을 이해시키도록 하는 것이 레지오 사도직의 기본 원칙이다(61쪽 ; 교본 27쪽 참조).
프랭크 더프에 의하면 레지오는 사제들을 돕기 위한 이상적인 도구이다. 사제가 자신의 역할과 영역을 확장시키는 데 있어서 레지오를 활용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 것이다. 심리적으로 볼 때 사제보다 레지오 단원들이 더 쉽게 민중 속에 파고 들어갈 수 있다. 그리하여 레지오는 사제와 민중의 중간에 서서 봉사하게 된다.
쁘레시디움은 사제의 도구이므로 사제가 레지오를 잘 활용한다면 사목자로서의 진가가 드러난다. 교본 본문은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쁘레시디움은 사람들을 복음화하는 데 있어서 평신도들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사제를 도와 주는 강력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의 모임에서 사제가 단원들을 지도하고 격려하고 영성을 높이는 데 사용한 시간은 한 시간 반이다. 이 짧은 시간의 소모로써 그 사제는 어디에나 갈 수 있게 되고, 모든 것을 듣게 되고, 모든 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게 되고, 그의 모든 물리적 제약을 넘어서게 된다. 참으로 많은 쁘레시디움을 열성적으로 지도하는 것보다 더 효과가 큰 일은 없다고 생각된다."
7. 도제 제도에 의한 단원 양성(66-67쪽 ; 교본 30-32쪽)
레지오 마리애는 이상적인 단원 양성과 평신 사도 양성 방법으로서 도제 제도를 도입, 실시하고 있다. 도제란 직업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능을 습득하기 위하여 스승 밑에서 노무에 종사하는 직공인데 흔히 제자, 수련공을 뜻한다. 도제 제도란 중세기에 수공업적 기능의 후계자를 양성하던 방법으로서 오랫동안 스승 밑에서 수업한 후 숙련공으로 독립하여 영업을 하게 되며 그 역시 제자를 두어서 기능을 전수하는 제도를 말하나. 교본 본문에 의하면 '사범이 실제적 모범을 통해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 보여 주면서 문제점들을 지적해 주면 제자는 스스로 그 일을 시도해 보고 실행 과정에서 고쳐 나가는 이상적인 훈련 방식이며 레지오가 단원 양성에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도제 제도는 예수님이 몸소 사용하신 제자 양성 방법이었다. 예수님은 제자들로 하여금 당신을 줄곧 따라 다니도록 하면서 당신의 일을 배우도록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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