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깊은 구절
문구점에 들어서면 내 마음은 아직도 풋풋한 소년의 가슴.
단돈 천 원을 주고 사온 연두빛 투명한 내 유년 시절의 속뜰.
나는 참으로 행복하였네.
<<텅빈 충만>>
새삼 언제적 지은 책인가 연도를 확인하게 된다.
그만큼 묵직한 책으로 다가왔고, 술술 읽기엔 벅찬 분량이었다.
다른 산문집도 그리 가볍게 보진 않았지만.. 이 녀석만큼은 만만치 않았다. ㅋ
문득, 제목에서부터 범상치 않다.
텅 비었는데.. 꽉 차 있다니...... 아이러니.
20년이나 지난 글들이지만.. 역시 고루하게 느껴지지 않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 반 다르지 않는 우리 실상을 얘기했기 때문 같다.
물질적, 외향적으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것도.. 그 내면은 외양만큼 눈부시지 못한 것이 많다.
탐욕과 찌꺼기들을 텅 비워내지 않는 한, 본질적이고 향기로운 것들로 채워갈 수 없다.
유효기간이 지난 음식들은 아무리 비싸고 모양 좋아도 먹으면 탈 나는 것처럼,
우리 마음과 정신에도 그렇게 묵은 것들이 있다면 아까워하지 말고 털어내야 한다.
육신도 마찬가지다. 비본질적인 것으로 치장하고 과용하는 것은
자신의 몸보다 물건을 더 중히 여기는 꼴이고, 정력을 낭비하는 결과에 이른다.
"텅빈 충만"을 '메아리', '울림'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가 산에서 외치면.. 메아리가 되어 다시 한 번 들려 온다.
숲과 숲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채워주는 공기가 있기 때문에
이쪽에서 외친 소리가 저쪽에서 부딪쳐 나는 소리인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외부로부터 무언가를 받아들이려면 내 안에 비어있는 공간이 크면 클수록
울림이 크고, 집중도 높고, 감동 또한 깊다고 한다.
내 안에 불필요한 요소들로 꽉 차 있다면.. 다른 새로운 양분을 흡수할 수 없다.
어떠한 좋은 소리가 들어오려 해도 마음벽에 부딪쳐 울림이 되어 줄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제대로 된 소리가 나지 않고 겉돌 뿐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 <하루 한 생각>이란 소제목이 있다.
특정한 날짜가 쓰여지진 않았지만.. 소소한 하루일상과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글들이다.
마치 피천득님의 수필을 읽는 듯한 풋풋함과 생동감이 전해진다.
별로 꾸미지도 과장되지도 거르지도 않은 글에서, 법정스님 중년의 건강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많은 글들 중에서,, 간단히 내 소감만 적고 말아서 아쉽다.
그래도 한 권 읽고 나면 뿌듯함이 남는다.
꽉 막힌 내 머릿속에 물고랑 트이듯..
[출처] [본문스크랩] 텅빈 충만 -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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