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책 소개)

인생우화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8. 7. 26. 07:37

<인생 우화>중에서.. / 류시화

+

한 신참 수도사가 수도원의 육중한 문을 두드렸다. 그 수도원은 모든 수도사들이 침묵 서약을 해야만 하는 유명한 곳이었다. 하루 24시간 동안 반드시 침묵을 지키고, 누구도 절대로 입을 열어선 안 되었다. 단, 수도원장은 수도사들에게 일 년에 한 번 말을 할 수 있게 허락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 온 그 젊은 수도사는 다른 수도사들과 함께 침묵의 규칙을 지키며 그곳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수도원장이 그에게 다가가 한 마디 정도는 말을 해도 된다고 말했다.
신중하게 할 말을 생각한 젊은 수도사는 말했다.
"침대가 딱딱합니다."

수도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를 바꿔 줄 수 있는지 알아볼 테니 계속 정진하라고 격려했다.
다시 일 년이 지났을 때, 수도원장이 젊은 수도사에게 말했다.
"한 마디 정도는 말을 해도 됩니다."
그 수도사는 신중하게 생각한 후 말했다.
"방이 춥습니다."

수도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요를 더 가져다줄 테니 열심히 정진하라고 말했다.
다시 일 년이 지나고, 수도원장과 마주앉은 젊은 수도사가 말했다.
"음식이 형편없습니다."

이번에도 수도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음식을 개선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또다시 일 년이 지났을 때 젊은 수도사가 먼저 수도원장을 찾아와 말했다.
"나는 떠나겠습니다."

수도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것이 최선책인 듯하군요. 그대는 이곳에 들어온 이후 불평만 했지요."
입은 침묵하고 있었지만 내면은 불평과 판단으로 시끄러웠던 것이다. 노동과 기도, 명상, 그리고 엄격한 침묵 생활로 유명한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단 한 가지 허용되는 말은 "형제여,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기억합시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만약 당신이 침묵 수도원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그 수도원에서 단 한 마디 허용되는 말을 결정할 권한이 당신에게 있다면, 당신은 어떤 문장을 선택할 것인가?
  
   
*

photograph_Karoline Hjorth and Riitta Ikonen

+

#류시화 #시 #문학 #책 #독서 #좋은글 #시인 #번역 #인생우화
#poetry #note #stories #memory #literature
#remembrance #feel #iljin #book #poet #nature
#landscape #postit #photography

'예화(책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0) 2021.01.14
천로역정  (0) 2016.09.03
[스크랩] 인간 승리 불가능은 없다.  (0) 2013.12.01
영화 '그레비티'  (0) 2013.11.06
나는 희망을 던진다.  (0) 2013.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