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2일 연중 제27주간 토요일
루카11,27-28
본당 사목자로 지내다 보면 “신부님, 언제 식사 한번 하시죠.”라는 말을 들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식사에 초대되어 더러는 고급 식당에서 비싼 음식을 얻어먹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만히 돌아보면, 그러한 자리가 사목자에게 참된 보람을 느끼게 하지는 않습니다.
사목자에게 가장 보람된 순간은 교우들의 신앙이 깊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 냉담 교우들이 주님께 다시 돌아와 신앙생활에 충실할 때, 하느님을 모르던 이들이 하느님을 알아 가는 기쁨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볼 때입니다. 사목자는 새롭게 변화되어 가는 교우들의 모습에서 사제 생활에 필요한 힘과 용기를 얻습니다. 그래서 고급 식당의 비싼 음식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군중 속의 한 여자가 예수님께서 들려주시는 말씀에 탄복하며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 하고 외칩니다. 예수님과 혈육의 인연을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복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 젖을 먹인 것이 공덕이 아니라, 예수님을 통하여 깨달은 하느님의 뜻을 지키는 것이 공덕이라는 뜻으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곧 예수님께서는 오로지 사람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데에 관심을 두고 계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주님과 어떤 면에서 관계를 이어 가고 있습니까?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고백하면서 정작 그분의 말씀과 가르침에는 소홀하지 않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