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복음 묵상

투명인간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3. 10. 10. 21:50

2013년 9월 29일 연중 제 26주일

 

루카16,19-31

 

손홍규 작가의 ‘투명 인간’이라는 단편 소설이 있습니다. 가정 안에서 아버지가 마치 투명 인간처럼 취급되는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감히 표현해 보건대, 오늘날 우리 사회가 ‘투명 인간의 집합체’로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하철 안에서도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습니다. 행인에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이 있어도 함부로 나서길 꺼립니다. 정의감에 불타 나섰다가는 오히려 봉변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는 학우들끼리 서로 투명 인간이 되어 버리고, 가정에서도 식구들끼리 투명 인간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복음의 비유에 등장하는 거지 라자로는 부자에게 투명 인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 부자는 값비싼 옷을 즐겨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기 집 대문 앞에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는 거지를 보지 못합니다. 늘 그 대문을 지나치면서도 어떻게 그를 보지 못했을까요? 정말 투명 인간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나와는 무관한 사람’, ‘내가 굳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사람’, ‘괜히 도와주었다가 나에게 달라붙을 사람’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아도 보지 않은 척하며 그냥 지나쳐 버린 것입니다. 자기의 옷 가운데 하나라도 그에게 걸쳐 주었다면, 자기의 음식 가운데 조금이라도 덜어 주었다면, 거지 라자로는 한층 더 인간답게 살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창조하실 때, 투명 인간으로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투명 인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현상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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