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복음 묵상

요한 세례자의 죽음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3. 8. 4. 16:12

2013년 8월 3일 연중 제17주간 토요일

 

오늘 복음은 죄가 불러일으키는 힘을 잘 보여 줍니다. 헤로데는 요한 세례자를 죽였습니다. 단순히 요한 한 사람을 죽인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요한을 죽임으로써 자기 안에 있는 정의를 죽였습니다. 순결을 죽였습니다. 더 나아가 하느님을 죽였습니다.
죄의 그늘 속에 있던 그가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아마도 앓는 이를 고쳐 주시고, 죄인들을 용서하시며, 굶주린 이를 배부르게 하시는 그분의 사랑의 기적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헤로데는 자신이 죽였던 요한이 되살아났다며 두려워합니다. 죄지은 자에게는 예수님의 출현이 구원이 아니라 심판이 된다는 사실을 명백히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죄는 하느님의 사랑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합니다. 아담이 그랬습니다. 처음에 아담은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 기쁨이었습니다. 그러한 그가 죄짓고 난 뒤에는 ‘하느님께서 저녁 산들바람 속에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만 듣고도 ‘알몸을 드러내기가 두려워’ 숨어 버렸습니다(창세 3,8-10 참조). 하느님과의 만남이 기쁨이 아니라 심판이 되는 것입니다.
죄의 올가미는 사람의 눈을 비뚤게 만듭니다. 그래서 헤로데가 예수님의 출현을 무서워하고, 아담이 하느님께서 거니시는 소리를 두려워합니다. 사실 예수님의 출현은 기쁨이어야 하고, 하느님께서 거니시는 소리는 반가움이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죄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면 하느님에 대한 겸손한 신뢰가 필요합니다. 하느님을 뵙기가 두렵지만 그분의 사랑과 용서를 믿으며 용기 있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겸손한 태도만이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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