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5일 연중 제10주간 토요일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아예 맹세하지 마라"(마태5,31).
묵상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거짓 맹세를 하지 마라.’가 아니라 “아예 맹세하지 마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수도자와 성직자들은 서원식과 서품식 때 여러 서약을 합니다. 또한 평신도들도 세례 받을 때 서약을 합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바오로 사도의 서간을 보면 각가지 맹세를 반복하였습니다(1테살 2,5.10; 갈라 1,20; 필리 1,8 참조). 그렇다면 맹세하지 말라는 주님의 말씀을 바오로 사도를 비롯한 교회 전체가 어기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우리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잘 알고 계십니다. 오늘 약속한 것을 내일 당장 어길 수도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확실한 과거에 대하여 단정하는 것도 사실은 그 사람의 관점일 뿐 가장 객관적인 진실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계십니다. 하늘이나 땅을 두고 맹세하지 말라는 말씀도, 우리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것을 두고 무슨 맹세를 한다는 사실이 가당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우리가 무슨 일을 할 때에 자기 생각이나 뜻대로 모두 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이 없으면 우리의 모든 다짐과 행동은 아무것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결국 맹세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가 인간의 연약함을 깨달아 하느님께 우리 자신을 의탁할 줄 알라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것은,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에 대한 의탁입니다. 그리고 이 의탁의 삶이란 그분께서 원하시는 것에 ‘예.’ 하고, 그분께서 원하시지 않는 것에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결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