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철학의 기본 개념인 이데아(idea)는 동사 이데인(idein:보다, 알다)의 파생어로서, 육안이 아니라 영혼의 눈으로 볼 수 있는 형상을 의미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만의 문답법을 통해 ‘완전하고 이상적이어서 영원히 변치 않을 그 무엇’인 이데아를 찾기도 했죠. 지난 10일 연세대 철학과 김형철 교수님을 모시고 진행된 <휴넷 CEO포럼 조찬강연>은 광장과 아고라로 나가 토론을 즐긴 거리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서 ‘경영의이데아’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경영의 이데아’를 찾아서
2,500년 전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철학자로 알려졌던 소크라테스에 대해 델포이 신전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이 세상 사람들은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러나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이죠. 김형철 교수는“배우는 길은 오직 한가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물어보지 않고서 배움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용기와 겸손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 때문에많은 CEO들이 ‘물음’을 통한 배움을 실천하지 못합니다.”라며 CEO들에게 직원들의 지혜를 빌릴 것을 강조했습니다.CEO의 역할에 대해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CEO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나누어 주는 사람입니다.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을 나눠주는 사람이죠.책임을 떠안는 CEO 밑에 있는 직원은 노예와 다를 게 없어요. 직원들에게 일과 책임을동시에 나눠주는 것이 바로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겁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일의 의미와 중요성을 반드시 알려주어야 한다는 거예요. 일의 의미를 모르는 직원들은 자기도 모르게 헐리우드 액션을 남발할 수 있기 때문이죠.”이어 김 교수는 직원들에게 일과 책임을 제대로 나눠주기 위해서는 전체를 볼 줄 아는지혜와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며, 구체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좋은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한 전투함에서 일어난 실제 사례인데요.항해만 다녀오면 그 전투함을 탔던 병사 절반이 전역신청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새로운함장이 취임한 후 6개월 만에 그 전투함은 4:1의 경쟁을 뚫고 승선해야 할 정도로 변했어요. 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새 함장은 300여명의 승무원들을 한 명씩함장실로 불러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현재 자네가 만족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권한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300명의 대답을 빼곡히 정리한 후 타당한 의견들은 바로 실행한 결과 부하들의 만족도가 크게높아진 겁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지 않았을 때에는 CEO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교수는 스스로에게 ‘지시사항을 완벽하게 전달했던가,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시켰는가, 시간과 자원을 충분하게 주었는가’에 대해 반드시 자문해본 뒤 체벌과 칭찬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리더는 어린아이와 같아라
노자는 도덕경에서 ‘어진 임금은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진다’고 말합니다. 니체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데, 니체는 인간의 정신발달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합니다.
첫
째는 낙타의 단계. 절대로 주인에게 반항하지 않는 낙타는 복종심이 투철합니다. 뜨거운모래 사막에서도 절대 대열을 이탈하는 법이 없는 낙타는 복종하고 인내하는 데에는 능하지만, 파리 한 마리에도 어쩔 줄 모르고 날뛸 정도로 소심하죠. 낙타의 단계는 가장저급한 수준입니다. 두 번째는 사자의 단계입니다.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도 개의치 않는 성향을 말하는 거죠. 이들은 용맹하지만 팀웍을 이룰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이상적인 단계는 어린아이의 단계에요. 애들을 보면 참 잘 잊어버려요. 놀다가 친구와 싸우고도 금방 다시 친해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놀죠.
리더도 그래야 해요. 과거의 실패도, 과거의 성공도 모두 잊어버리고 항상 새로운 방법을 찾아 떠나야 해요. 또 한가지, 아이들은 끝없이 즐깁니다. 현재를 즐기는 사람만이 미래를 읽을 수 있으며, 즐기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에게 경험과 지혜를 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젊은이들의 경험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미래가 보여요.”
#생각을 뒤집는 ‘무용지용(無用之用)’
사람들은 흔히들 쓸모 없어 보이는 것들에 무관심합니다. 하지만 ‘쓸모 없다’는 규정 자체가 자신의 편견과 오만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요? 장자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저마다 뽐내고 있는 나무들 중에는 재질이 좋아 고급 가구에 사용되는 나무도 있고, 화려한 꽃을 피워 귀부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나무도 있었어. 하지만 구석에 볼품없이 구불구불 자라난 나무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지. 시간이 흘러 자신을 뽐내던 나무들은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잘려 나가거나 죽었지만, 쓸모 없어 보이던나무는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어. 그 나무 그늘 아래에서 사람들이 쉬기 시작하면서 쓸모 있음을 깨달은 거지.’
이러한 ‘무용지용’의 철학은 장자 시대에만 존재하는 나오는 옛날 이야기가 아닙니다.
김형철 교수는 기업들의 신규사업 성공사례를 예로 들며 리더들이 가진 ‘무용지물’의 편견을 뒤집으라고 요구합니다. “일본의 하나마나 소시지사는 가공 도중 부러져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없게 된 소시지를 정가의 70% 가격에 판매했습니다. 부러진 소시지는 당시 경기불황으로 가계소비를 줄이고자 하는 주부들의 니즈와 맞아 떨어지면서 대박 아이템이 되었죠. 모두들 잘 알다시피 3M의 포스트잇도 ‘무용지용’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P&G 아이보리 비누의 탄생도 사실은 한 직원의 실수로 쓸모 없게 될뻔한 비누에서 시작되었죠. 담당직원이 물 비누통을 젓는 기계를 그대로 켜 놓은 채 점심식사를 갔는데,비눗물을 평소보다 훨씬 많이 젓게 되면서 공기가 주입되고 이로 인해 비누가 가벼워져물에 뜨는 비누가 된 겁니다. 순하고 물에 뜨는 새로운 컨셉의 비누에 사람들은 열광했죠. 만약 담당직원이 자신의 실수로 만들어진 비누를 그대로 폐기했다면 우리는 지금의아이보리 비누를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
#친구와 더불어 성장하라
소크라테스는 “친구와 더불어 성장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과도 맥을 같이하는 말이죠. 아직까지 ‘갑-을’ 관계의 구조적 모순이 농후한 우리 사회가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할 내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 교수는 유머경영과 진정성 있는 CSR 활동으로 유명한 미국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Ben & Jerry)의 사례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어느 날, 벤앤제리에 분유를 납품하는 27개의 납품업체들이 모여 건의문 하나를 작성했어요. 건의문은 ‘분유 가격이 한달 새 1/3로 폭락하게 되어 납품 단가를 맞추기가 너무 힘드니 폭락 이전 가격으로 납품하게 해달라’는 내용이었죠. 중역회의에서 벤앤제리 사장이 내린 결정은 폭락 이전 가격으로 납품하는 것에 추가적으로 5%의 특별 경영 지원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업이 자선단체도 아닌데 비현실적인 결정이었다고요? 벤앤제리는 협력업체의 어려움을 함께 한 대가로 몇 년 후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스크림 업체 제품에서 GMO가 검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지며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벤앤제리만은 위기를 비껴갔습니다. 많은 납품업체들이 천연 사료의 1/3 가격에 불과한 GMO 사료의 유혹에 넘어갔지만, 벤앤제리와 그의 납품업체는 끈끈한 결속력으로 품질을 지킬 수 있었던 거죠.”
세상의 변화 속도에 가끔 지칠 때도 있고, 놀라울 때도 있죠. 그럴 때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테크놀로지가 필요하지만, 그 테크놀로지의 방향을 안내해주는 것은 직관이며, 직관은 오랜 경험과 지식이 축적됐을 때 나온다”라는 김 교수의 이야기를 곱씹어 보시면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세상의 변화를 선도할 생각의 단초는 철학 서적에서도 시 한 구절에서도 발견될 수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담은 책
한 권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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