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해현 논설위원
인간이라면 누구나 물욕(物慾)을 갖기 마련이지만 왜 한국인이 이토록 물질중심주의적일까. 한국 사회의 물신(物神) 숭배에 관해 그동안 여러 학자는 급속한 경제 성장의 후유증이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사회학자 정수복은 저서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을 통해 한국인의 물질주의에는 무교(巫敎)가 깔려 있다고 했다. 한국 무교에는 기독교의 구원이나 불교의 해탈 같은 형이상학적 가치가 없다. 이 세상이 끝나면 다른 초월 세계에서의 삶이 없다는 '현세주의(現世主義)'가 무교의 원리다. 현실에서 액(厄)을 풀고 복(福)을 누리는 것을 최고 가치로 삼다 보니 '인간의 관능적 욕구와 물질적 욕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외국 기업도 한국에서 개업할 때 돼지머리에 지폐를 쑤셔넣고 절을 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