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기도

[동서남북] 우리는 '무속신앙' 국가에 사는가?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0. 8. 26. 15:25

 

입력 : 2010.08.24 23:18

박해현 논설위원
행동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에드 디너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석해 "한국인은 지나치게 물질중심적이기 때문에 행복도(幸福度)가 낮다"고 했다. 디너 교수가 130개국 13만여명을 대상으로 행복 여론조사를 실시해보니 한국인의 행복도는 5.3점으로 130개국 중간치인 5.5보다 약간 낮았다. 개별 항목 중 '물질적 가치의 중요성'을 묻는 조사에서 한국은 7.24를 기록해 미국 5.45, 일본 6.01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경제규모 세계 15위인 한국은 심지어 최빈국 짐바브웨(5.77)보다 더 물질에 집착하는 성향을 보였다. 디너 교수는 "한국 사회가 이 상태로 간다면 경제적으로 더 잘살게 되더라도 행복도는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물욕(物慾)을 갖기 마련이지만 왜 한국인이 이토록 물질중심주의적일까. 한국 사회의 물신(物神) 숭배에 관해 그동안 여러 학자는 급속한 경제 성장의 후유증이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사회학자 정수복은 저서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을 통해 한국인의 물질주의에는 무교(巫敎)가 깔려 있다고 했다. 한국 무교에는 기독교의 구원이나 불교의 해탈 같은 형이상학적 가치가 없다. 이 세상이 끝나면 다른 초월 세계에서의 삶이 없다는 '현세주의(現世主義)'가 무교의 원리다. 현실에서 액(厄)을 풀고 복(福)을 누리는 것을 최고 가치로 삼다 보니 '인간의 관능적 욕구와 물질적 욕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외국 기업도 한국에서 개업할 때 돼지머리에 지폐를 쑤셔넣고 절을 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