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룩, 중요 연설문/아름다운 시

상처 없는 독수리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0. 8. 19. 08:21

 

온갖 상처로 고민하고 아파하던
독수리 한 마리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낭떠러지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는 여태껏 입은 상처 때문에
더 이상은 높이 날 수가 없다는 시름에 빠져
마지막으로 선택한 길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대장 독수리가
재빠르게 날아와 물었습니다.

"왜 갑자기 이렇게 어리석은 일을 하려고 하느냐?"
"난 늘 상처만 입고 살아요.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대장 독수리는 갑자기 자신의 날개를
쫘악 펼치더니 이야기했습니다.

"나의 몸을 한 번 보렴.
지금은 내가 대장 독수리지만,
나 또한 수많은 상처를 입고 살아왔지.
여기는 사람들의 총에 맞은 상처,
여기는 다른 독수리에게 습격받은 상처,
또 여기는 나뭇가지에 찢겨진 상처란다."

그 외에도 수 없는 상처 자국이 있는
대장 독수리의 날개를 본 그 독수리가
고개를 숙이자 대장 독수리는
단호한 말투로 이야기했습니다.

"이것은 나의 몸에 새겨진 상처일 뿐이지.
하지만 나의 마음엔 더 수많은
상처자국이 새겨져 있단다.
그 상처 자국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되었지.
상처 없는 독수리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독수리일 뿐이다."

- 정호승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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