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룩, 중요 연설문/어록

처칠 리더쉽의 비밀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0. 8. 15. 20:33

 

처칠은 대처 전 영국 총리, 루스벨트와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등과 함께 세계 정치인들이 역할모델로 삼는 지도자이다. 처칠은 '늦되는' 타입이었다. 정치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공부를 못해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대에 진학하지 못했고 귀족집안이었으나 그리 풍족하지도 않았다. 외모가 매력적이지도 않은 데다 말까지 더듬었다.

그런 처칠이 세계인의 마음을 뒤흔드는 명연설가로, 위기에 처한 영국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준 위기의 지도자로, 세계사의 운명을 바꾼 국제정치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처칠식으로 쌓아 올린 지성과 끈질긴 노력의 결과였다고 한다. 물론 논란은 있다. 서울대 박지향 교수는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이란 책에서 처칠의 양면성에 대해, 한편으론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면밀하게 계산하여 장기적 준비를 통해 위협을 타개하려는 현실주의자"였지만 다른 한편으론 "기적을 바라는 도박사이며 충동적인 소년"이었다고 썼다.

처칠의 외손녀 샌디스는 할아버지가 "충실하게 인생을 살면서 맡은 모든 일을 즐겼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 외손녀가 쓴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를 가며 청와대 직원들에게 읽어보라고 나눠준 책이다. 취임 5개월 만에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친 이 대통령은 처칠의 리더십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샌디스는 처칠의 전시(戰時) 리더십을 CEO용으로 재해석했다. 제목은 절박하나 내용은 일반적인 리더십 원칙이다. 우선 고전을 면치 못하는 회사나 실패를 거듭하는 부서를 떠맡게 되면, 처칠이 했던 것처럼 확고한 자신감과 단호한 결의로 맞서라고 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패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저자는 소통과 관련해 '웅변능력'을 강조한다. "정당에서 버림받고 친구에게 배반당하고 직책을 잃어도" 웅변능력을 갖고 있으면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처칠은 불완전한 S 발음을 고치기 위해 수없이 연습했고 말 실수와 즉흥연설까지도 미리 준비할 정도로 연설을 중시했다.

외손녀의 눈으로 본 처칠 리더십의 핵심은 전기충격을 주듯 국민과 참모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줄 아는 힘이었다. 처칠은 희망과 자신감으로 완전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실패와 패배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었다고 한다.

처칠의 리더십에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처칠이 "전쟁과 정치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본'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즐겼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정치의 예측 불가성을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에 처칠은 역경 앞에 당황하지 않고 더 강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에 이렇게 썼다. "인생에서처럼 전쟁에서도 종종 소중하게 여긴 계획이 실패했을 때 열려 있는 최고의 대안을 찾아내는 일이 필요하며, 만약 찾고서도 전력을 다해 그 일에 정진하지 않는다면 이는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처칠 리더십의 세세한 내용이 아니라, 2차대전 때 영국을 이끌던 처칠의 심정을 다시 생각해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위기에 빠진 리더십을 복구하는 첫걸음은 리더십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더 크게 보는 안목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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