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룩, 중요 연설문/아름다운 시

이보게, 친구/서산대사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0. 2. 13. 11:05

 

이보게, 친구/서산대사

 

살아 있는게 무언가?

숨 한 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가 아니던가?

그렇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 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은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길인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것, 저것도 내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지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워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뿌려

사람, 사람 마음속에 향가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구름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구름 스러짐이라.

뜬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 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래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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