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처신이란
명망 있는 학자와 이야기할 때는 상대방의 말 가운데 군데군데 이해가 되지 않는 척해야 한다.
너무 모르면 업신여기게 되고, 너무 잘 알면 미워한다.
군데군데 모르는 정도가 서로에게 가장 적합하다.
(노신,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중)
세상 살면서,
내 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 생각보다 흔하기 때문입니다.
아예, '니는 니고 나는 나다.'라고 선언하고 내 맘대로 살면 좋은데, 또 그러기는 어렵습니다.
적절한 처신(處身)이란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같은 몸가짐을 했음에도 상황에 따라 처신을 잘못한 경우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중용을 처신의 기준으로 삼아도 결과는 다르지 않습니다.
때로는 알아도 모르는 척해야 하고,
몰라도 아는 척해야 하나 봅니다.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라는 책 제목은
'조화석습(朝花夕拾)'을 번역한 말인데
중국의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루쉰(魯迅)이 즐겨 쓰는 말입니다.
여기서 "아침 꽃 "이라 함은 "아침에 떨어진 꽃"을 말하는데, 결국 이 구절의 뜻은 "아침에 떨어진 꽃을 바로 치우지 않고 귀하게 여겨 오랫동안 두고 본 후 저녁이 되어야 줍는다" 입니다
어떤 상황에 성급하게 반응하지 말고,
저녁에 꽃이 다 떨어지는 걸 보고 대응하는 지혜를 일러 주고 있습니다.
처신함에 있어 성급하지 않고, 신중하게 때를 기다려 주면서,
사람과 일과 세상에 대하여 너그러워져야 하겠습니다.
충남 공주에 있는,
천년고찰 마곡사 섬돌 위에서 낡은 한자 넉 자를 발견했습니다.
'조고각하(照顧脚下)'인 듯합니다.
'발 밑을 살피라'는 뜻입니다.
바람에 등불이 꺼지면 발 밑을 살피겠지만,
지금까지는 발 밑이 어떠한지 모르고 살았던 게 사실입니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 나는 어떻게 처신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라는 말 같습니다.
하는 일이 풀리지 않거나, 의미 없는 일이 바쁘게 돌아갈 때,
그 수렁에서 벗어나는 길이 내 안에 있다는 뜻입니다.
나를 살피고 나의 처신을 반성하는 일로부터 길을 열어야 하는 것입니다.
신발을 신고 벗을 때마다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낮은 곳,
내 발 밑에 해답이 있다는 의미를 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조화석습(朝花夕拾)'을 '조고각하(照顧脚下)'하면서 처신을 다잡아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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