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 (김기현 요한) 신부님
부활 제6주일
1독서 : 사도행전 8장 5~8. 14~17절
그 고을에 큰 기쁨이 넘쳤다.
오늘 독서 중간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그 고을에 큰 기쁨이 넘쳤다."
그 말씀이 우리 공동체 안에도 살아있으려면 어떤 모습들이 필요할까..
하는 것을 생각해 보았는데요.
제 상황에 비추어서 몇 가지가 생각이 났습니다.
첫 번째는 서로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는 겁니다.
지금 신자 분들이 미사 전에 여러 가지 지향을 가지고 묵주기도를 바치고 계신데요.
요번 달 지향을 들어보니 저의 영육간의 건강을 위해서 기도하고 계시더라고요.
그 기도 지향을 듣고 민망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속에 약간의 어둠이 있었는데요.
기도 소리를 들으면서 그 어둠 속에 작은 등불이 밝혀지고
어둠이 걷히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감사한데요. 이번에만 그런 도움을 받았던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예전에도 신자 분들의 기도소리를 듣고 포기하지 않았던 적도 있고,
공동체로 다시 고개를 돌렸던 적도 있었습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신자들의 기도 소리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거 같은데요.
얘기를 들어보니 신자 분들 안에서도 놀라운 일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작년에 한 자매님이 많이 아프셨고 회복하지 못할 거 같다.. 고들 하셨다고 합니다.
사람을 못 알아볼 정도로 정신이 없으셨다고 하는데요.
레지오 단원들이 기도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정말 기적같이 그 자매님이
다시 본당에 돌아오는 것을 보게 되셨다고 합니다.
돌아오신 자매님 얘기로는 정말 기도해 줘서 고맙다고..
돌아오는 첫 날 너무 기뻐서 나 좀 안아달라고 했다니까..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우리가 서로서로를 위해서 기도할 수 있다면
우리 안에서 회복되었다고 기뻐하는 소리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을 수 있겠죠.
두 번째는 구역 식구들끼리 더 자주 모이는 겁니다.
제가 구역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거는 ‘ 여러분들이 함께 해 주시는구나..’하는 겁니다.
신부가 온다고 평소에 안 오던 사람까지 오셔서 함께 해 주시는데요.
그렇게 모이면 웃을 일이 참 많습니다.
구역 식구들이 고생해서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웃고,
평소에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하면서 웃고,
어떤 구역에서처럼 장구치고 노래하고 춤추며 기뻐했던 거 같은데요.
모이지 않으면 그런 일은 생각할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고생스럽고 힘들고 빡빡한 일정가운데서도 모이자~ 는 열정이 있어야
큰 공동체에서 느껴보지 못한 친밀함과 따뜻함을 느껴볼 수 있고,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기쁨들을 체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방문입니다.
우리가 서로서로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있다면 공동체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너의 기쁨과 슬픔이 나의 기쁨과 슬픔이 될 때 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그 일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 서로서로를 방문하는 일일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거 같은데요.
두 가지 경우를 조금 강조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환자방문과 연도입니다.
그들이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도 소중하고 공동체에게도 소중한 사람입니다..’
하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이
아파하는 사람을 방문하는 일일 겁니다.
그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공동체의 약한 지체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고,
자신이 공동체의 지체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기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미지근한 신앙생활을 했던 사람이나 냉담하던 이들이 교우들을 방문을 보고,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하고 열심 해지는 것을 보면 그 위로의 크기가
생각보다 훨씬 큰 것임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거 같습니다.
다른 하나는 냉담자를 방문하는 겁니다.
보면 신자 분들이 냉담자들에게 아예 무관심한 건 아닌 거 같습니다.
몇 번 찾아가 보지만 자기가 생각하는 만큼 해봐도 안 되면,
‘안 되는 사람’ 이라고 못을 박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안 되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내가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제가 그의 마음이 열리는 것을 보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오만 번 기도해서 오만 번 기도 응답을 받은 어떤 사람도
자기 친구를 위해 평생 기도했고 장례 때가 돼서야 회심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되는데요.
그런 것을 보면 한두 번 기도하고 방문하고 마는 것은 그 노력이 너무 작은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더 오랜 시간 인내를 가지고 기도하고 방문할 수 있어야,
누군가가 다시 하느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환자들을 찾아 위로하고,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연도를 바치고,
냉담자들을 찾아볼 수 있다면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고 기뻐하는 분들의 소리가
본당 공동체에 넘칠 수 있을 겁니다.
네 번째는 텃세를 부리지 않는 겁니다.
보통 섬사람들이 텃세가 많다.. 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신도에 갔을 때도 그렇고 여기 대부도에 왔을 때도 그런 걸 거의 못 느꼈던 거 같습니다.
그건 아마도 제가 신부이고 신자 분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하는데요.
신부를 맞이하듯이 외지에서 온 신자 분들이나 새로 오신 분들을 맞이해 준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신자분들이 제가 농사를 짓는다니까
밭을 얻어주시고 필요한 모종과 씨를 가져다 주시고 필요한 도움들을 주셨는데요.
저한테만이 아니라 여기에 정착하려는 다른 누군가에게도 그런 도움을 주신다면
아마도 그분은 우리 공동체 안에서 따뜻함과 친절함,
그리고 배타적이지 않은 공동체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공동체에 적응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고, 그 안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겠죠.
오늘 하루, 우리 공동체에 기쁨이 넘치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실천해 봅시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미사를 끝나고 제의실로 들어가는데
앞에 가는 복사 아이의 머리에 페인트가 묻어 있다.
왜 그런가.. 했더니
강론 중에 머리를 벽에 기대고 자서 그렇게 된 거 같다..
머리를 보면 아이들이 잤는지 안 잤는지
알 수 있을 거 같다..^^;
인천교구 밤송이(김기현 요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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