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강론

2017년 1월 7일 주님 공현 전 토요일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7. 1. 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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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7일 주님 공현 전 토요일 
 
 
어렸을 때, 저희 집에는 피아노가 있었습니다. 피아노가 있었음에도 저는 피아노를 치지 못했지만, 형이나 누나가 종종 피아노로 연주를 하곤 했지요. 어느 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피아노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건반을 누를 때마다 소리가 나는데, 각 건반의 소리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 저의 궁금증을 자극했지요. 그래서 피아노의 뚜껑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피아노 안에 음악 소리를 내는 카세트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텅 비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모든 악기를 보면 비어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다룰 줄 아는 악기인 기타 역시 울림통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음악소리를 냅니다. 피리 나 섹스폰 역시 텅 비어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텅 비어 있어야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를 생각해보십시오. 어쩌면 우리 역시 내 안에 비어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악기의 빈공간이 아름다운 소리를 전달하듯이, 우리의 빈 마음을 통해 아름다운 사랑을 이웃에게 전달할 수가 있습니다.  
 
사실 가득 채워져 있으면 다른 것을 보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자신의 배가 지금 너무나 부릅니다. 그때 다른 이들의 배고픔을 알 수 있을까요? 경제적인 여유로 아무런 불편 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때 돈 문제로 하루하루를 걱정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내 안에 비어 있는 공간이 있을 때 다른 사람을 향해 시선을 둘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 안에 비워야 할 것들을 떠올려봅니다. 욕심, 이기심, 미움, 질투……. 정말로 없어져야 할 것들이 내 마음의 자리를 가득 매우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오늘 복음은 갈릴래아 카나에서 있었던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분은 누구실까요? 바로 성모님이십니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라고 말씀하셨고, 일꾼들에게는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고 말해주면서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십니다. 사실 성모님께서는 손님의 위치였기 때문에, 굳이 이 집안일에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손님의 입장에서 포도주 떨어진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습니까? 관심을 가지고 보았기 때문에 어려움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비어 있는 마음을 간직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다른 이의 어려움과 아픔을 볼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빈 마음을 통해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쓸데없는 것들이 채워져 있다면 이제는 과감하게 버려서 빈 마음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성모님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이웃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명언: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누군가와, 무언가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입니다(허은실). 

인내력 부족? 
 어느 어머니께서 자신의 자녀를 두고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신부님, 우리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인내력이 부족해서 노력을 하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런 말씀들을 많이 이야기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인내력이 부족한 것일까요? 솔직히 여러분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우리 모두는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을 견디었던 경험이 분명히 있습니다. 언제일까요? 맞습니다. 바로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였습니다. 일반적으로 10개월을 어머니 뱃속에 있었지요. 그 조그마한 공간에서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을 잘 견디고 세상에 나왔다는 것입니다.  
 원래가 인내력이 부족한 것일까요? 어쩌면 그냥 안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면서 이유를 만들기 위해 ‘인내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 누구도 인내력은 부족하지 않았음을 기억하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돌려 보면 어떨까요?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