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일 연중 제13주간 월요일
어제 일 복음과 병행 구절이기도 한 오늘 복음에는 우리에게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청합니다. 사실 유다인들에게 부모의 장례식은 중요한 의무였습니다(창세 50,5 참조).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너는 나를 따라라.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 하고 대답하십니다. 언뜻 보기에 예수님의 이 말씀은 너무나 냉혹하게 느껴집니다. 이 말씀을 어떻게 알아들어야 할까요?
그 시대의 배경을 아는 것이 먼저 필요합니다. 보통 장례 기간은 일주일입니다. 그 기간에 유족들은 바깥에서 다른 사람과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제자가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은 이미 장례 기간이 끝났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다만 관례에 따르면, 장례가 끝나더라도 일 년 뒤 육신이 썩어 뼈만 남게 될 때, 아들은 특별한 상자에 그 뼈를 넣어 다시 장사를 지내야 했습니다. 결국 오늘 복음에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해 달라는 제자의 요구는,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탈상을 하게 해 달라고 청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탈상을 통하여 죽음을 슬퍼하는 것보다도 당신을 따르며 생명을 노래하는 것이 더 큰 가치가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죽음은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그러한 슬픔을 주는 죽음보다도 더 큰 분이신 당신을 믿고 따르라고 초대하시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요구하시는 ‘단호한 결단’은 몰인정한 태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적인 관점을 뛰어넘는 하늘 나라의 신비, 곧 생명의 신비를 바라보며 우리의 소모적인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초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