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진 신부의 글

2011년 6월 12일(성령강림대축일)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1. 6. 22. 16:26

성령강림대축일은 부활대축일과 성탄대축일에 이어 우리 가톨릭교회의 3대축일이다.

나약하고 어리석었던 제자들은 예수님 부활을 보고 너무나 놀라고 기뻤던 나머지 어쩔 줄을 몰랐다. 그때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성령을 받아라.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그리고 제자들은 죽음도 두렵지 않는 용감한 사람들이 되었다. 사도들과 신자들은 성령을 받고 힘차게 살았다. 과연 성령께서는 우리 고단한 인생살이에서 힘을 주시고 세상 모든 어려움에서 항상 우리를 지켜주실 것이다.

성령의 선물을 그리스말로 카리스마라고 한다. 성령의 선물을 받은 특별한 능력이 카리스마다. 사도 바오로는 갈라디아서에서 성령의 선물을 다음과 같이 9가지로 표현하고 있다. ‘사랑과 기쁨, 평화와 인내, 친절과 선행, 진실과 온유, 그리고 절제하는 삶’.

우리도 성령의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를 통해 성령의 선물을 받는다. 또한 우리는 우리가 받아 모시는 성체를 통해서도 성령의 선물을 받고, 평소에도 성사와 기도를 통해서 성령의 선물을 받는다.

우리 삶 안에서 성령의 선물을 잊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참으로 복된 삶일 것이다.

 

첫째가 서로 사랑하는 것. 사랑은 그 초점이 남이다. 한마디로 남을 이해해주고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사랑의 반대가 이기심, 이기심은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사랑은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 마침내는 남을 위해 내 목숨까지 내 놓는 것이다.

둘째가 기쁘게 사는 것, 우리 모두의 소망이다.

독일사람들 어디가도 생글생글 잘 웃는다. 사람들 모여서 이야기할 때 보면 웃음꽃이 핀다. 참 부럽다. 병원에 가면 간호사들 항상 웃는 얼굴이다. 은행에 가면 창구의 아가씨들 항상 웃고 친절하다. 내 논문을 지도해주셨던 지도교수신부님, 몸무게가 130인데, 늘 웃음을 달고 사신다. ‘한국에서는 어떻노하시면서 큰소리로 호탕하게 웃으신다. 웃을 때보면 목젖이 다보이고 창문유리창이 흔들흔들한다. 언제 봐도 얼굴이 참 편안하다.

셋째가 평화롭게 사는 것, 우리 모두의 바램이다. 안싸우고 살면 좋겠다. 다들 왜 그렇게 화는 잘내고, 짜증은 잘 내는지... 초대교회시절 광야나 사막에서 수덕하던 은수자들이 남긴 교훈집이 있다. 광야에서 은수자들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피나는 수련을 하면서 남긴 주옥같은 말씀들이다. 거기에 화에 대해서 이런 말씀이 있다.

화를 내는 것은 다음 세 가지 중의 하나다: 첫째, 하느님을 모르는 것, 둘째, 교만한 것, 셋째,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 화를 내는 것은 마음에 독을 쌓는 것이다. 독이 쌓이면 병이 된다. 화병이 그것이다. 부디 성령의 선물인 마음의 평화를 얻어야겠다.

넷째가 참고 기다리는 것. 우리 성격들이 얼마나 급한지. 조금도 못 참을 때가 많다. 우리는 여유가 없다. 신호등 앞에서 파란불이 왔는데 단 1초만 늦게 출발하면 뒤에서 대번에 빵빵거린다. 식당에서는 좀 기다리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아지매. 계단 같은 거, 하나씩 걷지를 못하고 두 세 개씩 올라가야 직성이 풀리고, 사탕하나도 그렇다. 입에서 다 녹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와작와작 씹어 먹어야 시원하다. 목욕할 때도 그렇다. 살살 때를 밀어서 벗기는게 아니라, 거친 때수건으로 말짱한 피부까지 뻘겋게 박박 밀어야 시원하다.

다섯째, 친절한 것. 요즈음은 고속도로 톨게이트 여직원들도 좋은 하루 되세요하고 인사하는 세상이다. 얼마나 기분이 좋나. 사제도, 수도자도, 사무실 직원들도 더 친절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선행을 베푸는 것. 마더데레사수녀님은 오늘날 선행의 모델이다. 우리도 말로, 또 행동으로 선행을 많이 해야겠다. 좋은 일을 많이 하면 하늘에 재물을 쌓는 것이다. 남에게 좋은 말을 하면 남을 기쁘게 한다. 그리고 그 기쁨은 두 배가 되어 내게 돌아온다. 근데 남에게 나쁜 말을 하면 남을 아프게 한다. 그 아픔은 훗날 독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일곱째, 진실한 것. 우리나라 사람들 진실하지 못할 때가 많다. 정직하지 못하고 감추고, 숨기고, 어물쩍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진솔하게 살고 분수를 지키고 겸손한 마음으로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덟째, 마음이 따뜻한 것. 좀 마음이 너그러우면 얼마나 좋을까. 속이 너무 좁은 사람들 많은 것 같다. 얼마나 좁았으면 밴댕이 속이라는 말이 있겠나. 내가 당한 것을 그대로 복수해주고 싶은 사람이 많다. 내가 당한 그대로 너도 당해봐야 한다는 우리의 차가운 복수심을 반성한다.

절제하는 것. , 담배, , 음식, , 욕심, 도박... 중독은 몸과 마음을 망가뜨린다.

 

성령의 선물을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 성령을 체험 한다고 해서 꼭 요란스럽게 방언을 하고, 병을 고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유별난 것만이 성령체험이 아니다. 방언을 하고 병을 고치고하는 성령의 선물은 식별과 분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오히려 우리는 우리 삶에서 사랑과 기쁨, 평화와 인내, 친절과 선행, 진실과 온유, 절제 같은 성령의 선물을 간직하고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성령의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지만 우리 중에는 성령의 선물이 좀 모지래는 사람도 더러 있는 것 같다. 특히 기쁘게 살지 못하고 화 잘 내는 사람들, 이런 사람은 성령의 선물을 좀 더 받아야 하겠다. 친절하지 못하고 무뚝뚝한 사람들도, 성령을 쪼매 더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마음이 따뜻하지 못하고, 냉정하고, 다른 사람 늘 못마땅하고 불만이 많은 사람들, 성령을 쪼끔 더 받아야하겠다.

이렇게 성령의 선물이 모지래는 사람도 있는데, 성령과 반대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갈라디아서는 성령과 반대되는 일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음행, 방탕, 서로 원수지는 것, 싸우는 것, 시기하는 것, 분노, 이기심, 갈라서는 것, 질투하는 것, 술주정하는 것, 흥청대고 먹고 마시는 것, 때리는 것, 그리고 내 마음대로 하는 것(갈라 5,21).

또 어떤 사람들은 성령의 선물을 받았는지 안받았는지도 잘 모르고 산다. 왜 그렇겠나. 그것은 까묵기 때문에그렇다. ‘잊어버리기 때문에그렇다. 잊어버리고 까묵는게 우리의 병이다. 잊어버리고 까묵기 때문에 성령쇄신 운동이 일어나고 성령을 새롭게 체험하고 안까묵고 살자는게 성령쇄신운동이다.

 

오늘, 성령강림대축일을 지내면서 성령의 선물을 우리 마음속에 간직하고 실천하면서 살 것을 다시 결심한다. 성령의 선물을 우리 마음 속에 하나하나 새겨본다. 서로 사랑하는 것, 기쁘게 사는 것, 평화롭게 사는 것, 참을 줄 아는 것, 친절한 것, 좋은 일을 하는 것, 진실한 것, 마음이 따뜻한 것, 절제하는 것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