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자료

만물상 -처갓집 청문회(2011,1,20조선일보)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1. 1. 20. 18:14

지난해 인기였던 TV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정보석은 어엿한 식품회사 부사장이다. 그런데 회사는 장인 것이고 그는 처가에 얹혀사는 신세다. 자연히 그의 집안 내 지위는 말이 아니다. 받을 돈 제대로 못 받았다고 장인한테 발길질당하고, 어린 딸에게까지 핀잔 듣기 일쑤다. 많은 시청자들은 이런 찌질이 중년 가장을 보며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고 했다. 처가살이를 하든 안 하든, 정보석을 보며 삶에서 처가의 무게를 떠올린 시청자가 많았을 것이다.

 

 

▶옛말에 '겉보리 서 말만 있으면 처가살이 안 한다'고 했다. 그러나 처가가 원래 멀었던 것은 아니다. '장가간다'고 할 때의 '장가(丈家)'는 장인의 집, 처가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계집애는 '제 집 아이', 머슴애는 이 아이 집에서 머슴처럼 사는 아이를 가리켰다고 한다. 고구려 때부터 내려온 처가살이 전통은 조선 중엽 성리학이 남성 중심의 가계(家系)를 강조하면서 금기처럼 됐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은 장인이 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윤희중이란 사내가 인사철을 앞두고 고향을 찾아간 얘기를 담고 있다.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주주총회 일은 아버지하고 저하고 다 꾸며놓을게요. 당신은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쐬고 돌아와 보면 대 제약회사의 전무님이 돼 있을 것 아니에요?" 그러나 여행 내내 그를 짓누른 것은 삶에 대한 부끄러움과 모멸감이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요즘 윤희중 같은 인물이 주변에 얼마나 될까. 여성부가 몇 해 전 1755명의 기혼 남녀에게 "경제적 어려움이 닥쳤을 때 부모 중 어느 쪽에서 도움을 받았느냐"고 물었다. 여자 쪽 부모라는 대답이 18.1%로 남자 쪽 부모(11.1%)보다 높았다. 어려울 때 정신적 위로를 주는 쪽도 남자 부모(3.7)보다 여자 부모(12.1%)란 대답이 훨씬 많았다.

 

▶그제 끝난 지식경제부 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두고 '처갓집 청문회'라는 말이 나왔다. 아무리 처가와 긴밀히 사는 세태라지만 어떻게 이처럼 친가 부모·형제는 쏙 빼고 장인·장모·처형·동서들하고만 돈·부동산 거래를 했는지 신기하다. 힘있는 사람에게도 처가는 역시 여러모로 편한가 보다. 아니, 정치인·관료로 승승장구하려면 할수록 더 "아버지하고 저하고 다 꾸며놓을게요" 하는 배우자가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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