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지내며
설날 하루 전에 [고초골 피정의 집 카페]에 색동저고리를 입고 세배하는 사진을 올리며 색동 저고리가 좀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설날에도 그런 모습을 좀처럼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설날 아침 새벽에 설 미사를 봉헌하는데, 위령미사였습니다. 이 역시 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설-하면 반가운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웃음꽃이 만발하고 선물 꾸러미와 맛있는 음식으로 행복 가득한 날로 기억하는데, 위령미사라니... 교회의 지도를 따라 조상님들과 교구 신부님들 그리고 모든 연령들을 위하여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오후에 안성공원묘원을 방문하였습니다. 미세먼지가 많아 연도는 미리 집에서 바치고 묘원을 찾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부모님 묘소에 가 기도하고 이어서 성직자 묘지를 찾아 김안젤로 주교님을 비롯해서 돌아가신 교구 신부님들과 이영배 안토니오 신부님을 위하여 기도하였습니다.
많은 이들은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기조차 싫어합니다. 그리고 죽은 후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사람이 적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죽으면 다 끝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불교 신자들은 환생/윤회를 믿고 있습니다. 정말 사람이 죽으면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것일까요? 또는 동.식물 또는 인간으로 환생/윤회하여 영원히 사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대답을 독일 성서학자 게르하르트 로핑크(Gerhard Lohfink) 교수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전해줍니다:
인간은 동물들과 다르게 끊임없이 생물학적.문화적 진화와 발전을 통하여 인격체로서의 성숙과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도록 태어났습니다. 인간은 이 과정에서 다른 인격체들을 만나 더 성숙한 인격체가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와 반대로 모든 것이 소멸하는 방향이나 개성이 망가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인간은 만남을 향하도록 지어졌고, 바로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 천 년 전부터 길 위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적 믿음, 우리는 죽어서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는 믿음만이 인간의 본질에 꼭 들어맞습니다. 하느님은 지고한 의미에서 위격 Person이십니다. 그분은 우주에 분산된 에너지가 아닙니다. 우리는 죽어서 하느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G. 로핑크, 신앙 편지 50통, 366)
우리 선조들은 큰 명절이면
먼저 하느님께 감사드렸고,
조상님들을 위해 기도드렸고
그런 다음에 살아있는 가족, 친척, 친지들과
즐거운 만남과 음식나눔을 하는 전통을 우리에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잘 지켜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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