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강론

십자가를 지고 그 결실을 얻을 수 있는 신앙인이 됩시다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7. 5. 31. 07:36

밤송이 (김기현 요한) 신부님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십자가를 지고 그 결실을 얻을 수 있는 신앙인이 됩시다


살다보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게 되는 십자가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저 같은 경우에는 약간의 추위와 넓은 방, 그리고 교통의 불편함이

작은 십자가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조금 추워서 샤워를 할까 말까 잠시 고민했었는데요.

추워지면 늘 겪게 되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청소할 때마다 ‘왜 이렇게 방이 넓은 거야~’ 하고 혼자 투덜댑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생활을 하는 방이 서제인데,

넓은 거실과 작은 방까지 청소를 해야 하거든요.

 
그럴 때면 넓은 방이 짐스럽고 부담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통이 조금 불편합니다.

 
치과 치료나 모임이 있어서 나가려고 하면 버스 시간 맞추고, 배 시간 맞추고,

다시 버스 시간 맞추고, 또 다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도시로 나가야 하거든요.

조금 불편하겠죠?


그런데 그 작은 불편들을 끌어안고 견디어 내면

저에게 유익한 일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샤워실의 추위는 아침에 덜 깬 잠을 단번에 날려주고, 정신이 번쩍 들게 해 줍니다.

그리고 방에서 느끼는 약간의 추위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절 때 졸지 않게 해 줍니다.

여기 신도에 와서 낮잠을 자거나 졸아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또 방이 넓어서 청소하기는 부담되지만, 신자 분들이나 손님들이 오셨을 때

‘그분들을 여유 있게 맞이할 공간이 있다는 게 너무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교통이 불편한 것을 감수한다면 그 사이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평소에 잘 듣지 않는 음악도 실컷 들을 수 있고,

책을 읽고 생각하기에도 참 좋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또 작은 선행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좀 만만하게 생겼는지 아니면 부담 없이 생겼는지

할머니들이 길을 참 많이 물어보시는데, 그 때마다 길을 알려드릴 수 있는 작은 선행을

실천하게 됩니다.


또 한 번은 옆에 할머니가 누군가에게 ‘뭐뭐를 잘 받았다~’ 하는 확인 문자를 보내달라고 하셔서,

친절하게 도와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짐을 들고 내려가는 할머니를 도와드리니까,

‘젊은이가 참 착하네~’ 하는 칭찬도 들었습니다.


작은 일들이지만 자가용을 끌고 다니면 할 수 없는 작은 선행의 기회들을

가끔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작은 불편함과 짐스러운 것들이 나에게 유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한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기억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토스카니라는 사람인데요.

그가 유명한 이유 중의 하나는 악보를 보지 않고 지휘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원래 바이올린 연주자였는데, 눈이 나빠 악보를 제대로 볼 수 없어서

악보를 다 외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연주 시점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자기 악보만 외운 것이 아니라

남의 악보까지 다 외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공연을 하는데, 폭우 때문에 지휘자가 오지 못했습니다.

누구라도 대신 지휘를 해야 하는데, 단원 중에서 전체 악보를 다 알고 있는 사람이

토스카니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대신해서 지휘를 하게 되었는데,

그 지휘를 악보도 안 쳐다보고 자신의 해석으로 완벽하게 해 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날로 원래의 상임지휘자 대신 토스카니가 상임지휘자가 되었는데요.

그가 가지고 있던 불편함과 핸디캡이 좋은 지휘자가 되는 큰 자산과 밑거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도 각자의 삶 안에서 자기 나름대로 지고 가야 하는 십자가와 불편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십자가가 나에게 고통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밑거름이 되기도 하고,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게 해 주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내가 지고 있는 짐스럽고 불편한 십자가에 대해서

불평과 불만만 늘어놓는 신앙인이 아니라,

그 십자가를 끌어안고 견디어내어

그 결실과 열매를 얻을 수 있는 신앙인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프라도 양성 피정에서 여러 교구 신부들을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광주 교구 신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전라도 목포 하면 ‘깡패.. 욕..’ 그런 것들만 너무 생각하는 것 같아..

실제로는 꼭 그렇지도 않은데...”


그러자 안동교구 신부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안동에 산다고 하면 다 갓 쓰고 다니는 줄 알아~”

 
인천교구 밤송이(김기현 요한)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