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 (김기현 요한) 신부님 부활 제5주일
제2독서 : 베드로 1서 2장 4~9절 주님께 나아갑시다.
북극과 남극에는 만년설이 있습니다.
그리고 살아가는 생명체도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태양과의 각도가 멀어서 태양빛이 도달하는 양이 적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태양과의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는 열대우림이 있습니다.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체도 다양하고 풍성합니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 열대우림이 있고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것은 복을 더 받아서가 아니라, 태양과 가깝기 때문입니다.
태양과 가까우면 넘치는 생명력으로 충만한데, 태양과의 거리가 멀면 얼어붙게 됩니다.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과의 거리가 가까우면 그분의 사랑과 은총을 충만히 받아 넘치는 생명력으로 살아가는데, 하느님과의 거리가 멀면
그분의 사랑과 은총을 충만히 받지 못해 점점 생명력을 잃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편의 저자들은 “하느님의 제단으로 나아가리이다. 내 기쁨이신 하느님께 나아가리이다. ... 주님의 집에 가자 할 제 나는 몹시도 기뻤노라” 하고 노래하며,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기쁨과 행복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우리도 주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
곧 기도하고 말씀을 읽고 미사를 봉헌하고 친교를 이루는 그 자리에 나아가 주님의 은총과 사랑을 체험할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주님께 나아가는 일이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나의 게으름 때문에, 때로는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갈등 때문에, 때로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때로는 죄인이라는 죄책감 때문에
나아가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두 가지를 기억할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는 포기하지 말라는 겁니다.
예전에 백지연 아나운서의 인터뷰 글에서 신호범 씨의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이 이렇습니다.
【20년 넘게 방송 인터뷰를 진행해 오면서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서 눈물이 터진 적이 있었다.
미국 워싱턴 주의 폴 신(신호범) 상원의원을 인터뷰했을 때 그랬다.
그는 워싱턴 주 3선 상원으로서 상원 부의장이다.
입양된 한국인으로 미국 주류 사회에서 보기 드문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미국에서 정치인으로 성공한 한국인이어서가 아니라 그의 인생이 어떤 드라마로도 연출할 수 없을 만큼 역경으로 점철되었기 때문이다.
가난했던 1950년대에 한국에서 살았던 폴 신은 배고픔과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뛰어나와 거리의 거지가 되었다.
그가 어떤 시절을 보냈는지 짐작하게 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폴 신이 일곱 살이었을 때, 그에게는 함께 구걸하던 단짝 친구가 있었다.
당시 구걸하던 아이들은 겨울밤이면 추위를 견딜 재간이 없어 둘씩 짝을 지어 꼭 껴안고 잘 수밖에 없었단다.
서로의 체온만이 추위를 이기게 하는 힘이었기 때문이다.
지독하게 춥던 어느 날 밤, 폴 신의 단짝 친구는 이런 말을 남긴다.
“난 더 이상 할 수 없어.”
다음 날 폴 신은 기찻길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은 단짝 친구를 발견했다.
가마니에 대충 둘둘 말려 돌아온 주검이었다.
그 순간 고작 일곱 살이었던 폴 신이 받은 충격과 상처는 글이나 말로는 표현할 재간이 없다.
‘오죽하면 기찻길에 몸을 던질 생각을 했을까.’
발이 찢어지는 추위 속에서 친구의 주검을 본 폴 신은 그날 밤, 그리고 그 뒤로도 숱하게 이어졌을 추위와 배고픔과 무서운 외로움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그에게는 이 결심 하나뿐이었다.
‘너는 이렇게 포기했지만 나는 살아낼 거야. 네 삶까지 내가 살아줄게.’】
(‘뜨거운 침묵’참조)
폴 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정한 힘은 ‘어려운 현실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돌파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번 시험에서 일등 하는 것도 큰 힘이지만, 더 큰 힘은 꼴찌를 했더라도 그 창피함과 실망감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나 도전하는 것입니다.
또 예쁜 얼굴과 몸매를 유지하는 것도 큰 힘이지만, 더 큰 힘은 이지선 자매처럼 온 몸에 화상을 입었을지라도 밝게 웃고 희망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또 매력이 있어서 멋진 애인과 데이트 하는 것도 큰 힘이지만, 더 큰 힘은 수 없이 차여도 다시 선보러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돌파력으로 어려운 현실을 극복해내야 합니다.
가정과 직장에서 겪는 어려운 현실의 벽을 뚫고 나아가야 하고, 교회에서 겪는 어려운 현실의 벽들도 뚫고 나아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교회에 나와 어떤 형제나 자매와 싸워서 상처를 받았다고 합시다.
또 교회에서 하는 일이 너무 많아 지쳤다고 합시다.
그런 상황에서 주저앉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진정한 힘을 가진 사람은 주님의 은혜를 포기할 수 없어서
끝까지 교회에 나오는 사람일 겁니다.
포기하는 마음, 나약한 마음, 도망 갈려는 마음을 버리고, 어려운 현실의 벽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님께 청하는 신앙인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로 공동체 구성원의 기도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 이런 체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신부가 되기 전에 한 달 피정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달 동안 푹 쉬다 와야겠다...’ 라는 마음으로 피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기도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기도 안에서 제 자신의 허물과 죄들을 대면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예수님을 더 강하게 체험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나 부족하게 느껴져서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영적 지도신부님과 면담을 하는데, 신부님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너희 본당 주보 보니까, 널 위해서 전 신자가 기도를 하고 있더라...”
그렇게 공식적으로 많은 신자들이 저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고, 감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소식을 듣고 난 이후에, 많은 신자들의 기도가 헛되지 않게, 다시 한 번 힘내서 피정에 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재작년에 개인적으로 기분 나쁜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토요일 저녁미사부터 보편지향기도로 ‘사제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라는 기도를 계속 반복해서 듣게 되었습니다.
신자들이 그렇게 사제들의 성화를 위해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변해야겠다...’ 라는 생각과 함께, 좋은 방향으로 마음을 고쳐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까운 사람들이 날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걸 느꼈을 때, 다시 성당에 나올 마음이 생기고, 끊기 힘든 유혹들을 끊어버리고,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날 위해 기도해 주시는 분들을 떠올린다면, 다시 힘을 내어 볼 수 있겠죠. 그런데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분들은 내 이웃뿐만이 아닙니다.
예수님도 우리를 걱정하시고 우리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라십니다.
이를 잘 표현해 주는 복음 성가가 있습니다.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라는 성가인데, 그 가사가 이렇습니다.
【마음이 지쳐서 기도할 수 없고,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 내릴 때, 주님은 우리 연약함을 아시고 사랑으로 인도하시네...
누군가 널 위하여, 누군가 기도하네...
내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우리는 우리의 변화를 간절히 원하는 주님과 이웃들의 기도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께 나아가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과 사랑을 체험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 하루,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주님께 나아가 봅시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갑자기 날씨가 변하더니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어린 딸이 걱정이 된 엄마가 학원으로 전화를 했더니아이가 방금 혼자 집으로 갔다고 했다.
우산을 챙긴 엄마는 어린 딸이 가게 처마 밑에서 울고 있을 거라 걱정하며 집을 나섰다.
골목길에 들어서니 딸이 아주 여유있게 천천히 집으로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때 갑자기 번개가 치자 딸은 멈추어 서서 하늘을 보고 활짝 웃었다.
그리고 또 걸었다.
놀란 엄마가 얼른 다가가서 두 팔로 끌어안자 어린 딸이 신이 나서 말했다.
“엄마, 플래시 터지는 거 봤어요?
하느님이 하늘 나라에서 내 사진을 찍고 있어요!”
인천교구 밤송이(김기현 요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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