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 (김기현 요한) 신부님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독서 : 이사야서 58장 9~14절 오래된 폐허를 재건하리라
어제 구역미사를 봉헌하고 나서, 근처 자매님 댁으로 가서 미사 봉헌하신 분들과 함께 국수를 먹었습니다.
먹고 나서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다 보니, 그 댁 형제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자매님들은 가시고 두 분과 저만 남았는데요.
식사하시는 형제님을 보고 있으니 며칠 전에 했던 공개 약속을 잘 지키고 계신지 궁금했습니다.
지난 재의 수요일 미사를 마칠 무렵에, 사순절 동안 주님께 봉헌할 희생 한 가지를 생각해 보라고 한 다음에, 두 분에게 어떤 다짐을 했는지 물어보았었거든요.
그 중에 한 분이 그 댁 형제님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담배 끊기로 약속하셨는데, 어떻게 잘 되 가세요?’ 하고 물어보았더니,
형제님은 가만히 계시고, 자매님이 형제님을 보시며 ‘왜 그런 약속을 했냐..’는 듯한 웃음을 보이셨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약속한 다음 날부터 피웠는데요...” 하시더라고요.
작년에도 담배와 술을 자제해보겠다고 말만하셨는데, 올 해도 약속만 하신 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집으로 가는데 오랜만에 파란 하늘이 너무 예뻤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긴 산책을 해보자.. 하고 신도섬 한 바퀴를 돌았는데요.
돌면서 눈에 들어오는 집들이 있었습니다.
냉담하는 분들의 집들이었는데요. 그 집들을 지나면서
‘저 분이 주일 미사에 빠진지가 벌써 몇 달이 됐구나..
저분 집에는 처음 한 번 방문하고 나서 한 번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구나..
그분들이 성당에 나오시는 걸 보고 떠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지나갔습니다.
어제까지의 생각은 있는 그대로를 보는 정도였던 거 같습니다.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그분이 변화될 거란 기대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또 성당에 안 나오시는 분들이 다시 나올 거란 기대도 없었습니다.
또 나오다 말다를 반복하시는 분들이 열정적인 모습이 될 거란 상상도 전혀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독서를 읽으면서 그 생각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늘 독서 중간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너는 오래된 폐허를 재건하고, 대대로 버려졌던 기초를 세워 일으키리라.
너는 갈라진 성벽을 고쳐 쌓는 이, 사람이 살도록 거리를 복구하는 이라 일컬어지리라.
그 말씀을 읽으면서 막연한 느낌이지만 가능하리라는 희망이 꿈틀 거리는 거 같았습니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던 그 영역에 발을 들여놓자
이런저런 생각들이 막 밀려오면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자’는 적극적인 마음과 열정이 마음을 채우더라고요.
그렇게 열정의 저장고에 에너지가 차자 그 일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어렵지만 정말 보람되고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한 길이며 오랜 시간 인내해야 하는 길이겠지만, 적어도 당분간 쓸 에너지는 보충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 에너지를 가지고 다시 기울어져 가는 단체를 고쳐 쌓고, 냉담자들의 올 길을 복구하고,
열정과 변화가 없는 이들의 마음속에 예수님이라는 기초를 다시 놓아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오늘 하루, 주님이 원하시는 집을 짓기 위한 일에 마음과 힘을 모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요즘 닭을 키워보려고 하는데 신자들이 돼지 얘기도 한다.
그래서 봄에 돼지를 알아보고 두 마리 사서 이름을 ‘대림’이와 ‘사순’이로 지어볼까 하고 있다.^^;
인천교구 밤송이(김기현 요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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