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강론

9월18일 [연중 제25주일]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6. 9. 19. 08:02

9월18일 [연중 제25주일]

<얼마나 많은 은총과 축복이...>

 
추석 전 한 공동체 사목 방문을 다녀왔습니다. 아이들과 형제들이 알콩달콩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눈이 확 띄어 제 마음이 다 흐뭇해졌습니다.

한 주간을 모두 마친 주일 저녁, 아이들과 수도자들이 소 성당 성체 앞에 모두 모였습니다.
돈 보스코가 그랬던 것처럼 살레시오 집 전통에 따라 성체강복을 거행했었는데, 참으로 그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성체 강복 중에 ‘신자들의 기도’ 시간이 있었는데, 저를 위한 막내 친구의 기도가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모릅니다.

“주님, 관구장 신부님이 내일 모래 돌아가시는데, 돌아가시는 날까지 저희와 재미있게 지내다가 잘 돌아가시도록 도와주소서.”^^

함께 했던 식구들은 습관적으로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라고 응답을 했지만 서로 바라보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성스럽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성체강복 시간 동안 제 머릿속에 한 가지 깨달음이 다가왔습니다.
‘그래! 행복이란 것, 별것 아닌 것 같아.
이렇게 주일 저녁 식구들이 모두 함께 주님 앞에 모이는 것, 함께 식탁에 앉는 것이 행복이지.
우리네 인생에서 뭐 그리 대단한 것이 있겠어? 부족하더라도 서로 참아주면서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것, 큰 것이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작은 것에서 기쁨을 찾는 것, 그것이 행복이겠지.’
 
예수님께서도 같은 맥락에서 이런 말씀을 우리에게 던지십니다.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루카복음 16장 10절)
 
우리가 하찮게 여기고 우습게 보는 일상의 작은 것들에 대해 더 큰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야겠습니다.
매일 내가 이행해야 할 작은 과제와 의무들을 중요시 여겨야겠습니다.
때로 귀찮게 여겨지는 작은 소임들, 담당구역 청소들, 매일 내 책상 위에 올라오는 서류들, 직무상 당연히 수행해야 할 업무들을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과제라 여겨야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은총꺼리들과 감사꺼리들을 더 많이 발견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자주 느끼는 바이지만 건강한 몸을 지니고 있다는 것, 스스로 두 발로 이 땅위에 서있는 것만 해도 얼마나 큰 은총인지 모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장애로 10cm 높이의 문턱을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쓰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환우들이 편안한 호흡 한번을 그리도 간절히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평소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우리는 얼마나 수많은 은총과 축복, 행복과 감사꺼리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없이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든든히 우리를 떠받쳐주고 계십니다.
늘 우리와 함께 계시고 우리의 고통과 십자가를 같이 분담하고 계십니다.
뿐만 아니라 그분께서는 언제나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시기 위해 애쓰고 계십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평생토록 기다려왔던 구원의 날, 우리에게 가장 크고 좋은 선물!
영원한 생명과 구원을 주시기 위해 준비 중이십니다.
 
그래서 우리 인생의 결론은 상처와 고통, 절망과 십자가 속에서도 언제나 감사와 기쁨, 찬미와 환희여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