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북방선교 이야기/연길5000km

그럴 줄 알았다.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1. 8. 28. 09:53

그럴 줄 알았다 그럴 줄 알았어

나라고 네 얼굴 보고 가라 하겠네만

널 보고픈 마음 장백송 가지에

새소리로 두고 간다.

 

그래도 다시 올 기회 있으랴만

또 와서 네 앞에 선들

그때라도 네 얼굴 보여주겠니

 

아니다 아니다 그게 아니다

북경 천진 장춘으로 온 것이

너의 비위 거슬렸다면 이 다음엔

개성 원산 청진으로 돌아오마

 

그때는 맑은 물 고운 몸매 바라보고

언덕길을 뛰어내려 얼싸 안고 울리라

아니면 너 혼자 외로운 날

새 한 마리 날아와 네 몸 스쳐가거든

그게 님이라고 꽃처럼 반겨라

그게 님이라고 꽃처럼 반겨라

(1993년 8월 6일 백두산에서 비오는 날)

 

백두산의 천지를 보지 못하고 내려오던 그 날

안내를 하던 눈 맑은 동포여성이 이 시를 낭송했다.

 

"개성 원산 청진으로 돌아오마"

이 구절에 콧잔등 시큰하여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 이생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