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물질적 풍요 '일시 맑음' 긍정적 마음 '종일 화창'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1. 6. 13. 22:05

돈 많으면 행복할 것 같아

 "돈이 8~10억 정도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요. 슬프지만 진실이에요. 시간과 노력, 에너지를 돈으로 환전해서 그 돈으로 갖고 싶은 걸 사야죠. 사고 싶은 거요? 집이랑 차, 옷이요. 행복이란 잘 먹고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아주 작은 소유로도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다지만 사람 욕심은 끝이 없거든요. 행복을 느끼는 게 참 어렵습니다."(신 바오로, 30, 사업가)

넓은 집 있지만 행복은 글쎄?

 "결혼하고 옥탑방에 살다가 처음 내 집을 장만했을 때는 무지 행복했어요. 여러 번 이사를 했고 지금은 더 넓은 집에서 살고 있지만 막상 큰집에 살아도 행복하다는 거 잘 못 느껴요. 청소하는 것도 힘들고요. 집이 커서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손님을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할 때 뿐인 것 같아요."(이 베로니카, 54, 주부)

▲ 쟁취하고 소유하는 도심 속 각박한 삶(왼쪽)과 어울림과 여유가 묻어나는 자연 속 여유로운 삶(오른쪽). 한 사람이 왼손에는 시계를 차고 울고 있고, 오른손에는 찻잔을 들고 웃고 있다. 삽화 = 권소현


물질적 풍요 속에서 행복해 대한 가치관조차 흔들려
우리나라 어린이 OECD  국가 중 행복도 가장 낮아
남과 비교 않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때 행복
하느님 사랑 깨닫는 순간 진정한 행복 느낄 수 있어 
 

 # 나는 행복한가

 인류 역사상 가장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빈곤한 삶을 살고 있다. 하나의 모래시계처럼 물질적 풍요로움이 쌓여갈수록 정신적 풍요로움은 빠져 나간다.

 화려한 전광판 속 여배우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준다'고 속삭이고, 몇 년 전 모 카드회사는 신년광고로 "부자되세요"를 유행시켜 히트를 쳤다.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침투한 물질만능주의는 '최소한 이 정도는 가져야 한다'는 체면 지키기식 화법으로 사람들에게 "삶의 구원이 여기에 있다"고 손짓해왔다.

 물질주의는 '사는 곳'과 '타는 차'에 따라 신분을 계급화하고, 미디어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들은 판단 없이 메시지를 수용한다. 세속화된 삶은 더 이상 내면을 돌볼 겨를을 주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가치관은 상업주의에 물들었고, 행복에 대한 가치 기준은 혼란스러워졌다.

 "저는 제가 행복한지, 아니면 불행한지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행복은 자기 체면 같은 거 아닌가요?"

 대학을 졸업한 뒤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대학교 교직원으로 자리를 옮겨 일하고 있는 박 프란치스코(29)씨는 "행복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직장생활 11년차인 김 펠릭스(42)씨는 "가정과 직장에서 쫓기듯 살다보니 행복이란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잊어버렸다"며 "삶의 의미조차 찾기 어려운 각박한 세상 속에서 행복하냐는 질문 자체가 낯설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소규모 디자인회사에 취업해 매달 100만 원씩 받는 이 소피아(27)씨는 "행복은 갑자기 당첨된 로또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멋있는 직업을 꿈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좋은 직업과 돈 많은 남자친구를 가진 친구들을 보면, '저 친구는 정말 다 가졌구나' 싶은 마음에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하지만 남한테 보여지는 행복 안에 진정한 나의 행복은 없어 보여요. 권력이나 돈은 갖게 될수록 더 원하게 되니까요. 끊임없이 남을 부러워하고 나를 부끄러워하면 삶은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최 미카엘라(34)씨는 "물질적 욕망에 따른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며 "정말 갖고 싶은 화장품을 살 때 그 순간은 행복할지 몰라도 쓰는 내내 행복하지는 않더라"고 토로했다.

 최근 한국방정환재단이 초ㆍ중ㆍ고등학생 64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저학년일수록 '가족'이라고 응답했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돈'이라고 답했다.   
 

 # 당신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

 먼저 불행해지는 원인을 알아보자. 가장 큰 원인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불행한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에 의해 자존감이 자주 무너진다는 뜻이다.

 "세상의 시선으로 나를 보려 하면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고, 세상 중심으로 내가 돌아요. 이런 사람은 늘 현상에 끌려 다니고 스케줄에 매여 삽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주체가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살레시오회 김용은 수녀)

 "남들이 보기에는 바닥인 상황에 처했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있으면 행복할 수 있어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이 빛을 보고 있느냐, 어둠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죠."(손영순 전 전진상심리상담연구소장)

 손 소장은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에도 쉽게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진정한 자기 자신이 없는 허탈한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이라며 "물질적 풍요로움을 내적으로 소화시키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손 소장은 "자존감을 갖고, 하느님이 주시는 것을 감사히 받을 준비가 돼 있다면 풀 한 포기를 봐도 행복할 수 있다"며 "내 안의 현실과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면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 참된 행복은 하느님을 소유하는 것

 도 요셉(43)씨는 12년 넘게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최근 종교 관련 기관에 취업을 했다.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경력도 하나 없는 늙은 고시생이 입사한 것은 기적입니다. 무엇보다 소외된 이들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게 기쁩니다. 변변찮은 월급이지만 제가 하는 일이 삶의 목표에 부합하니까 행복해요."

 올해 초 자궁 경부암 말기를 진단받은 김동연(클라라, 71) 할머니는 "행복은 하느님이 베줄어주신 사랑을 느낄 때 찾아온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다른 사람들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고통스럽다고 하는데, 나는 머리카락도 안 빠지고 헛구역질도 안 나고 견딜만하다"며 "하느님이 장사를 무리하게 한 저한테 몸을 아껴쓰라고 주신 시간 같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그는 "세상적으로 풍요롭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세상은 잠시 지나가는 간이역"이라며, "세상적으로 좋은 것들은 다 욕심이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이 로사(60)씨는 최근 시아버지가 위암을 선고받아 행복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살면서 100% 행복이란 없겠죠. 하지만 나보다 더 힘든 상황의 사람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것도 행복이겠다' 싶어요. 세상 일로 걱정이 될 때는 하느님 뜻에 맡긴다고 기도해요.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황인수(성바오로수도회) 신부는 "참된 행복은 하느님을 소유하는 것"이라며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순간 행복해진다"고 강조했다.

 하느님 사랑을 깨닫는 순간이 진정으로 행복한 순간임에도 행복해지기 위해 아파트도 있어야 하고 차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질적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황 신부 설명이다.

 황 신부는 이어 "매스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매스 미디어를 통해 보고 듣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내면화시킨다"면서 "부자가 되는 법, 얼짱ㆍ몸짱을 보여주는 미디어 매체에 빠져 살면 자연스럽게 그것을 삶의 지침으로 삼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번 들어가면 평생 수도원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가르멜수녀회 수녀님들이 기쁘고 자유로운 이유는 뭘까요? 그분들이 통장과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나요?"

 황 신부는 "우리가 모두 가르멜수녀회로 들어가 살 순 없지만 우리가 가진 재물에 휘둘리지 않고 주인이 되어 살아야 한다"며 "무엇이 참된 행복인지 가려내기 위해 하루 1시간만이라도 하느님 말씀을 듣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2011. 05. 15발행 [111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