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창봉(崔彰鳳·84) 한국방송인회 이사장.
최창봉(崔彰鳳·84) 한국방송인회 이사장의 말이다. 최 이사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텔레비전 드라마 PD다. 군 방송의 실질적인 책임자로 일하면서 방송과 인연을 맺었던 그는 1956년 2월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방송국 KORCAD(HLKZ-TV)의 개국 프로듀서로 합격했다. 같은 해 5월 12일 첫 전파를 발사한 이 방송국에서 그는 연출과장으로 발탁돼 텔레비전 방송 창설 주역을 담당했다.
처음 연출했던 프로그램은 개국식 실황. 그 후 그가 연출한 방송이 우리나라 최초의 TV 드라마 '천국의 문'이란 30분짜리 생방송 작품이었다. 드라마 '사형수'를 최초의 TV 드라마라고 기록해 놓은 자료가 꽤 많은데, 최 이사장은 "'천국의 문'이 몇 달 먼저 나온 작품"이라고 정정했다. '사형수'는 1시간 30분짜리 드라마였다. 김경옥·오사량·최상현 등 제작극회 배우들이 출연한 이 드라마는 카메라 두 대로 연출해 생방송으로 전파를 탔다. "욕심이 많아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었는데 기술적으로 한계가 많아서 쉽지가 않았어요. 기술감독이 미국인이었는데 내가 욕심 내면 옆에서 말리고…그래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죠."
- ▲ 1시간 30분짜리 드라마 '사형수'.
드라마 규모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4~5명의 배우로 한 달 동안 연습해 드라마 한 편을 생방송으로 찍던 때와 달리 이젠 드라마 한 편에 수백명의 인력과 편당 최소한 1억~2억원이 들어간다.
방송사 내부 직원이었던 드라마 PD 중 상당수가 '프리랜서'로 독립하거나 독립제작사로 옮겨가는 일도 잦아졌다.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원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PD들이 늘어난 데다 '의무외주제작비율'을 따로 정하는 방송관련 규정도 이같은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전문 PD'의 출현도 시대가 만든 변화다. 대중이 '멜로드라마=윤석호 PD', '시트콤=김병욱 PD' 같은 식의 공식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인지할 만큼 PD들의 색깔과 개성이 부각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