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는 우선 나 자신을 위해 바치는 기도다. 연도를 노래로 바치는 목적에 대해 요즈음 신자들은 단지 연옥영혼을 위한 기도로만 아는 듯하다. 가장 오래된 연도책이라고 할 수 있는 한문본 천주성교예규에서는 연도의 목적을 세 가지로 밝히고 있다.
첫째, 노래하는 소리 더욱 우리의 생각을 들어 주께로 향하게 하고, 더욱 우리의 마음을 수렴케하고, 더욱 우리 마음에 큰 바라는 마음을 드러냄이오.
둘째, 거룩한 노래의 소리만을 법대로 하고 정성된 마음으로 하면 능히 마귀를 쫓느니, 대개 저 마귀는 항상 우수에 차 신락의 소리를 듣고 견디지 못함이오.
셋째, 장사 때에 교우의 하는 소리는 또한 슬퍼하고 근심하는 소리니 그러나 과도히 못할지라. 대개 우리 근심은 바람없는 무리의 근심과 다르니라.
이 첫째 목적에서 우리의 생각을 들어 주께로 향하게 한다는 것은 미사 때 사제가 “마음을 드높이!” 하면 “주님께 올립니다!”라고 응답하는 하느님을 향한 자기 봉헌의 전례정신이다. 연도의 내용은 시편의 참회 부분이며 구원을 요청하는 신앙고백이기에 연도는 남을 위해 바치기 이전에 자신의 죄와 참회하고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나타낸다. 그래서 옛 구교우 신자들은 저녁기도 때 연도를 봉헌하였다. 이것은 단순히 연옥영혼들을 위한 대리기도 혹은 전대사를 위한 기도이전에 자신의 성찰하는 참회시편을 봉헌하는 성무일도의 개념이 더 가깝다.
둘째 연도는 실제로 우리 안의 마귀의 유혹과 세속의 헛된 어둠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 셋째 우리는 연도를 통해 죽음으로 생기는 좌절과 슬픔과 근심을 부활에 대한 희망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연도가 오선지 위의 서양악보에 적혀 통일되어 있고 장례식장에 가면 본당이 새겨진 연도책이 영정 앞에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교회의 장례모습이다.
우리는 연도의 가장 큰 목적이 바로 우리의 생각을 부활신앙으로 들어 올리는 행위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연도를 매일 바치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고, 생활 안에서 좌절과 실패감, 죄의식 등이 우리의 영혼을 어둡게 할 때 빛의 소리인 연도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다.
필자는 최근 미국의 남가주 성령신앙대회에서 교포 2~3세들에게 연도에 대해 강의하고 함께 배우면서 이들이 한국 가톨릭의 위대한 선율과 신앙에 대한 자긍심과 매력에 흠뻑 빠진 경험이 있다.
교포3세 청년이 필자에게 전한 말이 오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신부님! 어떻게 200년 전 우리 선조들이 이러한 부드럽고 아름다운 랩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순교시대에 말이지요? 그리고 저희가 영어로 요즈음 젊은이들을 위한 우리의 연도 랩을 만들어 볼까요?”
“물론! 물론이지!”
음악의 형태는 시대와 계층 문화에 따라 바뀐다. 그러나 그 목적은 바뀌지 않는다.
연도의 가장 올바른 방법은 “나의 마음을 하느님께 드높이는 것이며 더불어 우리 모두 하느님께 우리의 마음을 드높이는 것”이다.
나는 매일 연도를 바친다. 전편을 바치지 않고 부분 부분 바친다. 그것이 나의 신앙과 마음의 평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성인들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과 일치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행복인가?
삶이 힘들 때 나를 돌아보게 하는 그리고 나의 죽음을 묵상하게 하고 나의 죽음을 묵상할 때 생겨나는 차분함과 그 빛은 내 생활에 활력이 된다. 이 맛에 구교 신자들도 매일같이 연도를 바쳤으리라! 연도를 매일 봉헌해 내가 죽을 때 나를 위한 연도를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구교 신자들은 연도를 외웠다.
허윤석 신부는 현재 한국 천주교 상장례 지도사 학교 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허 신부가 운영 중인 인터넷 카페 ‘회복의 시간(http://cafe.daum.net/credohur1004)에서는 연도에 대해 보다 깊이있는 내용들을 볼 수 있다.
[위령성월 특별기고] ‘연도는 먼저 나를 위해 매일 바치는 기도’- 허윤석 신부
발행일 : 2010-11-07 [제2720호, 22면]
![](http://www.catholictimes.org/uploadfile/P2720_2010_1107_2202.jpg)
허윤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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