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글

어느 어머님의 말씀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2010. 6. 11. 14:29

 

2009. 10. 17일자 동아일보에 게재되었던 글 

 

  어느 어머니의 말씀

  

아들아!

결혼할 때 부모 모시겠다는 여자 택하지 마라.

너는 엄마랑 살고 싶겠지만 엄마는 이제 너를 벗어나

엄마가 아닌 인간으로 살고 싶단다.

엄마한테 효도하는 며느리를 원하지마라.

네 효도는 너 잘 사는 걸로 족하거늘...

 

네 아내가 엄마 흉을 보면 네가 속상한 거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그걸 엄마한테 옮기지 마라.

엄마도 사람인데 알면 기분 좋겠느냐.

모르는 게 약이란 걸 백 번 곱씹고 엄마한테 옮기지 마라.

 

내 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널 배고 낳고 키우느라 평생을 바쳤거늘

널 위해선 당장 죽어도 서운한 게 없겠거늘...

네 아내는 그렇지 않다는 걸 조금은 이해하거라.

너도 네 장모를 위하는 맘이 네 엄마만큼은 아니지 않겠니.

 

혹시 어미가 가난하고 약해지거든 조금은 보태주거라

널 위해 평생 바친 엄마이지 않느냐

그것은 아들의 도리가 아니라 사람의 도리란다.

독거노인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미가 가난하고 약해지는데

자식인 네가 돌보지 않는다면 어미가 얼마나 서럽겠느냐.

널 위해 희생했다 생각지는 않지만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자책이 들지 않겠니?

 

아들아!

명절이나 어미 애비 생일은 좀 챙겨주면 안되겠니?

네 생일 여태까지 한 번도 잊은 적 없이

그날 되면 배 아파 낳은 그대로

그때 그 느낌 그대로 꿈엔들 잊은 적 없는데

네 아내에게 떠밀지 말고 네가 챙겨주면 안되겠니?

받고 싶은 욕심이 아니라  잊혀지고 싶지 않은 어미의 욕심이란다.

 

아들아 내 사랑하는 아들아!

이름만 불러도 눈물 아릿한 아들아!

네 아내가 이 어미에게 효도하길 바란다면

네가 먼저 네 장모에게 잘 하려무나.

네가 고른 아내라면 너의 고마움을 알고 내게도 잘 하지 않겠니?

난 내 아들의 안목을 믿는다.

 

내 아들아, 내 피눈물 같은 내 아들아!

내 행복이 네 행복이 아니라 네 행복이 내 행복이거늘

혹여 나 때문에 너희 가정에 해가 되거든 나를 잊어다오

그건 어미의 모정이란다.

너를 위해 목숨도 아깝지 않은 어미인데

너의 행복을 위해 무엇인들 아쉽겠느냐

물론 힘들겠지 그러나 죽음보다 힘들랴

 

아들아, 내 사랑하는 아들아!

너희도 우리를 조금, 조금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 안 되겠니?

잔소리 같지만 너희들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렴.

우린 그걸 모른단다. 모르는 게 약 이란다.

 

아들아!

내가 널 온전히 길러 목숨마저 아깝지 않듯이

너도 네 자식 온전히 길러 사랑을 느끼거라.

 

아들아 사랑한다. 목숨보다 더 사랑한다.

그러나 목숨을 바치지 않을 정도에서는

내 인생도 중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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