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 계기로 본 한국 천주교회 수호성인
동정 마리아·성 요셉 함께 모셔
12월 8일은 한국 천주교회의 수호자(보호성인·主保聖人)인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없으신 잉태’ 대축일이다. 한국교회는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를 성 요셉과 아울러 수호자로 모시고 있다. 교회가 수호자를 모시는 관습은 모든 성인의 통공(1고린 12,8)과 하느님 나라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1고린 13,18)는 교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 한국교회 수호자인 원죄없으신 잉태 성모와 성 요셉에 대해 알아본다.
▲ 수호자는 언제 정했나 = 한국교회는 조선교구가 북경교구에 속해있던 관계로 북경교구의 수호성인인 성 요셉을 조선교구의 수호자로 모셔왔다. 그러나 조선교구장 앵베르 주교가 1838년 12월 1일자로 당시 교황청 포교성성(현 인류복음화성)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조선교구의 새로운 수호자로 ‘성모무염시잉모태(聖母無染始孕母胎,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를 정해 줄 것을 청했다.
2년8개월 후인 1841년 8월 22일, 교황 그레고리오 16세는 이 요청을 허락하면서 성 요셉 축일을 함께 수호자로 지낼 것을 조건으로 붙였다. 결과적으로 한국교회 수호자가 둘이 된 셈이다.
1862년 발간된 한국교회 공식기도서인 ‘천주성교공과’에도 ‘성모무염시잉모태 찬미경’과 ‘성요셉 찬미경’에 한국교회 주보에 대한 언급이 있어 수호성인에 대한 공경을 나타내고 있으나 1972년 새로 발간된 ‘가톨릭 기도서’에는 이 두 찬미경이 빠져있다.
그나마 교회달력에는 12월 8일을 ‘한국교회 수호자…원죄없으신 잉태 대축일’이라고 표기해 놓았지만 3월19일은 성요셉 대축일이라고만 써놓았다. 그 때문인지 성 요셉이 한국교회 주보인지 알고있는 신자는 많지 않다.
지난 가을 열린 주교회의는 “교황 그레고리오 16세께서 1841년 8월 22일 본래 주보이시던 성 요셉과 아울러 ‘성모무염시잉모태’(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를 조선교회 공동 주보로 정하셨음을 확인하였다”고 발표했다.
한편 수원 가톨릭대학 교수인 이정운 신부는 “한국교회 주보에게 바치던 기도문이 없어진 것은 우리가 알맹이 없는 교회에 살고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고 신학적 근거를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마리아의 원죄없으신 잉태 = 성모 마리아가 잉태의 첫순간부터 원죄의 모든 흔적을 받지 않았다는 교리. 초대교회 교부들은 마리아를 거룩하다고 여겼으나 죄의 흔적이 없다고 보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교회 안에서는 마리아의 성덕에 대한 신심이 깊어져서 마리아는 잉태될 때부터 원죄에 물들지 않았다는 신심으로 발전했다.
이 신심은 동방교회에 널리 퍼졌으며 서방교회에는 느리게 전파되면서 수세기에 걸쳐 논의되어 왔다. 1830년 프랑스 파리 뤼드박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수련자였던 가타리나 라보레 수녀에게 일어난 성모발현, 즉 ‘기적의 메달’ 사건이 이 교리 선포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신심이 무르익어가던 당시 가타리나 라보레에게 발현한 성모 마리아 주변에는 황금글씨로 “오 마리아, 죄없이 잉태되신 분, 당신께 다가가는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소서”라고 써있었다.
마침내 1854년 교황 비오 9세는 마리아가 잉태의 순간부터 죄로부터 수호되셨다는 교의를 선포했으며 4년 뒤 루르드의 성모발현이 이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이 때 베르나뎃다에게 발현한 성모마리아는 “나는 원죄없는 잉태”라고 말씀하셨다.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프랑스 교회의 성모신심을 전해줌으로써 성모신심이 발전한 한국교회에는 ‘성모’와 연관된 내용을 수호자로 모신 본당이 200군데가 넘는다. 이 가운데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를 수호자로 정한 본당은 명동본당을 비롯해 20곳이 넘는다.
▲ 성 요셉 =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양아버지이며 성모마리아의 남편인 성 요셉. 복음서에는 요셉성인에 대해 약간 언급이 되어있으나 그 인물과 행적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 그나마 복음서에 등장하는 요셉은 한마디 말도 없다. 그러나 그 ‘침묵’이 어떤 훌륭한 연설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이 바로 요셉이다. 그래서 교회는 그를 노동자의 수호자이자 세계교회의 수호자로 모시고 있다.
성 요셉에 대한 신심은 13세기부터 발전, 요셉축일을 기념하는 행사뿐 아니라 요셉을 수호자로 모시는 학교나 교구, 나라가 생기고 요셉 이름을 가진 수도회도 나왔다.
교황 비오 9세는 1870년 성 요셉을 전교회의 보호자로 선포하고 후임 교황 레오 13세는 1889년 8월 15일 성 요셉의 지위에 관한 첫 회칙을 반포했다.
한국교회도 성 요셉을 수호자로 모신 북경교구에 속해있던 관계로 초기교회부터 요셉 성인에 대한 신심을 가졌으나 지금은 그 신심이 퇴색해졌다.
[평화신문, 제556호(1999-12-05), 이연숙 기자
'성 요셉도 한국의 수호성인'
성요셉 성월에 알아본 성인의 신원과 성인에 대한 신심
‘다시 찾은 한국교회의 수호자 성 요셉.’
주교회의는 지난해 가을 정기총회에서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했다.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뿐만 아니라 그녀의 배필인 ‘성 요셉’도 한국교회의 수호성인[主保]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것. 결과적으로 한국교회는 그 동안 이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성모 마리아만을 수호성인으로 공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 성 요셉 주보 확인 = 교황청이 성 요셉을 한국교회의 주보로 선포한 사실은 샤를르 달레 신부의 ‘한국천주교회사’(하권 136쪽)에 기록돼 있다.
“1838년 조선교구장 앵베르 주교는 교황청 포교성성(현 인류복음화성)에 보낸 서한에서 ‘지금까지 조선포교지가 북경교구에 예속되어 있던 관계로 북경교구의 주보인 성 요셉을 주보로 모셔왔으나 이제 성모무염시잉모태(聖母無染始孕母胎)를 조선교구의 새 주보로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교황 그레고리오 16세는 1841년에 이를 허락했다. 단, 성 요셉을 함께 주보로 모실 것을 조건으로 덧붙였다.”
두 공동 수호자는 옛 기도서인 ‘천주성교공과’를 사용할 때만 해도 신자들에게 인식되었으나 언제부턴가 성 요셉은 빠진 채 성모 마리아만이 수호자로 전해져 내려왔다. 이에 대해 주교회의 사무처는 “행정상의 착오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 성 요셉은 누구인가 = 성 요셉은 예수의 양아버지이자 성모 마리아의 남편이지만 마태오 복음 1·2장, 루가복음 1·2장 등에 약간 언급돼 있을 뿐 인물과 행적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그나마 복음서에 등장하는 요셉은 한마디 말도 없다.
마리아가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할 당시 요셉은 그녀와 약혼한 사이였다. 당시 유다교 율법은 불의를 행한 약혼녀는 돌로 쳐죽이든지 극형에 처할(신명 22, 23∼24 참조) 정도로 엄격했지만 그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잉태란 천사의 말을 듣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인다.
목수였던 그는 예수의 법적 아버지로서 예수의 이름을 지어주고, 예수와 마리아를 보호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예수는 성격·화법·직업 기술 등에 있어서 요셉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게 신학자들의 의견. 예수 자신도 목수로 불렸기 때문이다.(마르 6, 3) 유년기의 예수가 인간적인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요셉의 헌신적인 노동 덕분이다. 그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 속에서 가족을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고 더 나아가 예수를 성전에 봉헌했다.
▲ 성 요셉 신심 = 그는 하느님께 대한 순종과 믿음으로 마리아의 순결을 흠없이 보호했을 뿐만 아니라 성가정의 가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리고 감탄할 만한 협력과 ‘침묵’으로 하느님의 구속사업의 비밀을 지켰다.
16세기 성 요셉의 신심보급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는 “나는 성 요셉이 얼마만큼 하느님 앞에 신뢰가 있는가를 체험으로 알고 있다. 묵상기도에 전념하는 사람은 특히 특별한 신심을 갖고 성 요셉을 공경하지 않으면 안된다”(자서전 6)고 강조했다.
그녀는 성부 성자 성령이 삼위일체를 이루듯 성 요셉과 성모 마리아, 성자께서는 나자렛 성가정 안에서 이타적인 삼위일체의 삶을 살았다고 가르쳤다. 때문에 이 세상에서 삼위일체적 삶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성 요셉을 공경하고 나자렛 성가정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889년 교황 레오 13세는 “성 요셉이 가장으로서 권위를 가지고 관리한 성가정 안에 이미 교회가 싹트고 있었다”며 성 요셉 신심의 이유를 밝혔다. 1917년 파티마의 성모발현을 목격한 루치아 수녀도 “그 때 하늘 높은 곳에서 성가정의 모습이 나타났는데 성 요셉은 왼쪽 팔에 아기 예수를 안고 나타났다”면서 그 모습을 하느님께서 이 시대에 성 요셉이 공경되기를 원하는 징표로 해석했다.
1870년 교황 비오 9세는 그를 성교회의 수호자로 선포하고 1955년 교황 비오 12세는 메이 데이(5월1일)를 ‘노동자 성 요셉 축일’로 제정했다. ‘성 요셉 대축일’은 3월19일. 올해는 19일이 주일이기 때문에 다음 날로 옮겨 대축일로 지낸다.
한국교회는 뒤늦게나마 성 요셉을 수호자로 확인한 이상 그에 대한 관심과 공경 노력을 두 배로 기울여야 한다. 특히 그의 모범적 삶과 신앙 속에서 ‘고개숙인 아버지’ ‘가정 붕괴’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를 푸는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제569호(2000-03-19),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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